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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이 류마티스 관절염 유발 등 면역체계를 파괴(조선일보)

[오늘의 세상] 소금 많이 먹으면 면역난치病 위험 첫 확인

  • 이길성 기자

  •  

    입력 : 2013.03.07 03:00

    [하버드·예일·MIT 공동연구진, 과학 저널 '네이처'에 발표]
    류머티스 관절염·당뇨 불러 - 쥐에게 소금 많이 먹이면
    공격적 면역세포 'TH17' 늘어… 정상세포 공격하는 면역病 유발

    박홍근 하버드대 종신 교수(화학)

    소금을 많이 먹으면 류머티스 관절염이나 강직성 척수염과 같은 난치병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모두 면역 시스템이 우리 몸을 적으로 착각해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自家免疫疾患)이다. 소금이 자가면역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버드 의대와 예일 의대, MIT 등으로 이뤄진 국제 공동 연구진은 7일 과학 저널 네이처에 3편의 논문을 동시에 발표했다. 실험 방법은 각기 다르지만 소금이 면역세포인 TH17세포를 증가시켜 자가면역질환을 촉발하고 그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동일한 결론이다. 논문에는 하버드 최초의 한국인 종신교수인 박홍근 교수(화학)도 저자로 참여했다.

    연구는 '패스트푸드를 즐기면 혈관에서 염증 반응이 증가한다'는 다른 연구자들의 논문이 계기가 됐다. 염증 반응은 상처가 나거나 외부에서 병원균이 침입했을 때 나타나는 인체의 면역 반응이다. 염증 반응이 지나치면 면역세포가 우리 몸을 공격하게된다. 연구진은 패스트푸드 속의 소금이 그 원인일 것이라고 가정했다. 우선 배양접시 수준에서 이 가설을 검증했다. 분화되기 전의 처녀 T세포를 배양접시에 놓고 소금을 넣었다. 소금 농도가 높아지자 배양 접시 속에서는 TH17세포가 급격하게 분화돼 보통의 면역세포 배양액보다 10배나 많아졌다.

    전자현미경으로 본 T세포의 모습. 지름이 5㎛(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보다 조금 큰 수준이다. 몸속에 침입한 바이러스나 병원성 물질을 죽인다.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본래의 T세포 외에 우리 몸을 공격하는 병원성 면역세포가 대거 생겨난다는 것이 확인됐다. /네이처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연구진은 또 다발성 신경증에 걸리게 한 쥐로 실험을 했다. 감각 이상과 신체 마비가 나타나는 병으로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이다. 이 쥐들에게 소금이 많이 든 먹이를 먹였더니 직후부터 증상이 악화했다. 혈액에선 TH17세포가 급증한 것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소금과 TH17세포의 관계를 더 확실하게 보기 위해 유전자 조작을 통해 체내에서 소금을 감지하는 효소를 없앤 쥐를 만들었다. 유전자 조작 쥐에게 소금 함량이 높은 먹이를 먹였더니 소금을 먹지 않았을 때와 같은 수준의 가벼운 증상만 나타났다. 방아쇠(소금)를 당겼지만 이것이 뇌관(면역세포)을 때리지 못하자 TH17세포가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다.

    ☞T세포와 TH17세포

    T세포는 몸에 침입한 바이러스나 병원균을 죽이는 면역세포. TH17세포는 2005년 새로 발견된 면역세포 중 하나. 면역세포지만 병원성으로 돌변,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킨다.

    ☞자가면역질환

    면역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정상세포나 장기를 공격하는 질병. 궤양성 대장염·다발성신경증과 인슐린 분비가 안돼 생기는 1형 당뇨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