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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손 최고수 조창조 이야기(5)-퍼 온 글

“고마운 검사였습니다. 사람을 통해 만나자고 해서 찾아갔어요. 사건기록에는 내가 총 지휘한 걸로 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검사가 사건 내용을 잘 알고 있더라고요. 나보고 ‘(적당히 피해 다니며) 공소시효를 넘기라’고 조언하더군요. 공소시효가 7년이었는데, 절반쯤 남았을 때였습니다. 윤 검사는 오종철과 조양은을 자수시키라고 권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자수시켰는데, 둘 다 무혐의 처분을 받았어요.”

조씨는 지난날을 회고하며 “부끄러운 일들”이라고 말했다. 그의 자식들은 아비의 ‘부끄러운 과거’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3남 1녀를 뒀다. 아들들은 기골이 장대해 다들 키가 180㎝가 넘는다. ‘아버지의 길’을 걷는 자식은 없다고 한다.

“막내가 스물네 살인데, ‘깍두기’를 몹시 싫어해요. 내가 아들에게 늘 거짓말을 했죠. 사업가라고. 그런데 그놈은 알고 있었지요. 칠순 때 자기 눈으로 똑똑히 봤잖아요. 아들에게 말했어요. 아버지가 자랑스럽게 살지는 못했지만, 비겁하게 살지는 않았다고. 평생 누구한테 사기 치거나 돈 뺏은 적 없고 손 벌린 적 없다고. 요즘은 나하고 친구처럼 지내요. 내가 대구에 내려가면 경주에 있는 대학교 기숙사에서 나와 함께 드라이브도 하고 외식도 즐깁니다.”

▼ 자식들에게 아버지 피가 흐르지 않나요?

“옆길로 안 빠져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나도 6·25를 안 겪었으면 이런 길로 안 갔을 겁니다. 월남해 대구에서 홀어머니 모시고 힘들게 살다 보니… 어찌 보면 시대가 나를 그쪽으로 유도한 셈이죠.”

그는 자신의 주먹인생에 대해 “운이 좋은 편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현재 농협에 사료를 납품하고 있는데, 부업 삼아 경비 용역도 한다고 했다.

“동생들과 같이 하지는 않습니다. 대륜고 동창 중에 잘된 분이 많아요. 그들이 나를 도와줍니다. 대륜고 출신들이 딸딸 뭉칩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저보다 한참 위인데, 지금도 저를 보면 ‘어이, 조군, 이리 와 봐. 너 지금도 싸움 많이 하나’ 물어요. 최시중 선배와도 친하게 지냈고. 국정원에도 동창이 많아요. 대륜고 후배가 50명이나 있습니다. 그들 중 일부가 나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또 정말 고마운 친구가 몇 명 있어요. 그중 일본에서 죽은 친구가 많이 도와줬습니다. 재벌 2세도 몇 있고. 살아오면서 내가 먼저 손 벌린 적은 없어요. 피해 준 적도 없고. (대결을 통해) 나한테 맞은 사람은 많지만.”

그는 “참 (기사로) 쓸 것 없는 인생”이라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아직 생존자가 많아요. 나한테 매 맞았다 하면 당사자가 얼마나 기분 나쁘겠어요? 내 주변에도 많이 있는데….”

한때 그는 권투 프로모션을 운영했다. 후배들 사업을 도와준 것이라고 한다.

“정말 어려운 후배가 찾아와 부탁하면 거절한 적이 없어요. 늘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으로 도왔습니다. 등록금이 없는 친구들 도와준 적도 있고요. 그래서 어려운 친구들이 나를 많이 찾아왔지요. (학창시절) 전경환, 엄삼탁도 저한테 도움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스스로 건달의 원형에 가깝다고 생각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생각지 않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건달 한다고 누구한테 자랑한 적이 없습니다. 젊은 친구들은 건달 어쩌고저쩌고 하는데, 난 부끄럽기만 합니다. 일본 야쿠자처럼 직업으로 인정받는 것도 아니잖아요. 우리나라는 무조건 조직폭력으로 몰아붙입니다. 범죄행위를 하면 잡아가야죠.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실적 올리려고 막 때려잡잖아요. 일본엔 국가관이 투철한 건달이 많아요. 우익단체들 중에 많죠. 그런 점에서 우리 주먹계에 조일환 같은 친구가 있는 게 고마워요. 그 친구가 국가관 하나는 투철합니다. 나는 현실주의자고. 솔직히 예전엔 우습게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조씨는 ‘맨손주먹시대의 마지막 인물’이라는 평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웃는다”라며 “나이 들고 하니 전국에서 인정해주는 것일 뿐”이라고 낮춰 말했다. 그의 싸움실력에 대해서는 제자리에 앉은 상태에서 뛰어올라 발차기를 한다는 둥, 왼 주먹 한 방에 쓰러지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둥 전설 같은 얘기가 많다.

태극권 통해 거리 조절법 배워

“전성기 때 실력이 어느 정도였느냐”는 질문에 ‘싸움의 기술’에 대한 그의 강의가 시작됐다.

“발을 잘 쓰긴 했어요. 싸울 때 상대 눈을 속입니다. ‘어이, 위 봐’ 하면 상대가 위를 쳐다볼 것 아니에요? 상대의 눈길이 아래로 내려올 땐 벌써 내 발이 상대 얼굴을 때리는 거야. 오래 할 것 뭐 있노, 빨리 끝내야지. 어떤 유도선수하고 붙을 때도 속임수를 썼어요. ‘치사하게 뒤에 사람 달고 왔냐’ 하면 상대가 ‘뭐?’ 하고 뒤를 돌아볼 것 아니에요? 그 순간 앞으로 쑥 들어가면서 한 방에 눕혀버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