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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지하철의 시 한 편-김초혜시인의 어머니

홍제역인가? 지하철역에서 발견한 김초혜시인의 어머니.

날 25년전으로 데리고 갔다.

대학도서관에서 미래에의 희망을 실현하는 공부와

낭만과 끓는 피로 드러나는 청춘의 푸른 시절 사이 어디메쯤 어중간하게

걸쳐 놓고 있던 때.

김홍신의 '인간시장'이 재미있는 소설이라고 소문이 나서

머리를 식힐 겸, 아니 너무 식혀서 얼어버릴 지경이었으리라, 손에 잡고보니

금세 끝까지 다 읽었고

도서 반납후 다른 뭐 흥미롭게 읽을 거리가 없을까 보니까

시인과 문객들의 수필집인데 "어머니"라는 주제를 가지고 쓴 수필을

모아서 낸 책이었는데 제목 역시 어머니였던가? "아~ 어머니!"였던가?

김초혜 시인은 당시 사랑굿이라는 연작시(이 표현이 맞나?)로

사랑굿1, 2, 3, 4까지 본 듯한 기억이 난다.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던 시였는데 난 별로 감흥도 일어나지 않았고

어머니 수필 모음집에도 김초혜시인의 글도 있었던 것 같은데

기교만 잔뜩 깔려 있고 가슴에 찡하게 와 닿는 그 무엇은 없었다.

정작 나의 눈길을 잡아 끈 것은 이병남 시인의 "어머니"였다.

어머니 무덤가에서 회상하며 통곡하는 장면이 지금 떠오르는 걸 보면

회한이 사무쳐 내용이었는데

난 처음으로 우리 글이 그토록 아름다울 수 있구나 감탄을 했었다.

낱말이, 다른 낱말을 꾸미는데에는 딱 들어맞는 한 단어가 있고

밤하늘의 별을 찾아내는 것과 같은 노력과 심정으로 그 한 단어를 찾아내는

것이시인의 임무라는 어느 시인의 말도 떠오르고

보고서를 쓸 때에도 적합한 용어는 딱 하나밖에 없다는,

내가 모시던 광주일고 출신의모 부장님 말씀도 떠오른다.

전율이 흐른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감격이라고 해야 하나

글이 그토록 사람의 마음을 후벼파고 절로 입이 떠억 벌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던 것 같았다.

그 후, 발간이 중지되었을 것은 생각도 못한 채 교보문고에 신청을 해보니

출판사에 얘기해서 주문으로 신청해서 개별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길을

알아 본다고 하였는데 이병남 시인의 어머니가 포함된 수필집은 아예

없다고 했다. 내가 잘 못 알려 준 것인지 출판사가 완전히 문을 당아 버린 건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