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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이인희 기자가 걸어본 수원화성 ‘둘레길’-데일리와이애서

성곽따라 걷는다. 가을 속으로 들어간다
이인희 기자가 걸어본 수원화성 ‘둘레길’
2010년 10월 24일 (일) 23:58:53이인희 기자 news@why25.com

바람이 쓸쓸히 느껴지는 가을. 일상생활의 스트레스를 가득 안고 휴일에 의욕없이 집에만 틀어박혀 있지는 않은가… 막상 떠나고 싶어도 휴일은 짧기만 하고 멀리 여행이라고 다녀오기엔 여력이 없을 때, 깊은 가을하늘 아래에서 자연과 함께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당신의 머리를 맑게 해줄 문화와 자연이 공존하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 성곽을 따라 한번 걸어보자. 사색을 즐기고 자연을 벗 삼아 둘레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자연적 치유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둘레길에서 퍼지는 갈래길은 숨은 보석찾기
수원시민이라면 한번쯤 걸어봐야 할 산책길

◆ 혼자, 둘이, 여럿 모두 좋아하는 산책길
살랑~ 부는 바람에 따가운 햇살. 그래 ‘가을’이다. 햇살을 막아줄 모자와 걷는 동안 목마름을 달래줄 생수 하나를 들고 주말 ‘수원화성‘를 찾았다.
먼저 장안문 매표소에서 입장표을 끊고 ‘수원화성’의 전체지도를 입수했다. (참고로 입장요금은
대인 기준 1인당 1000원이지만, 수원 시민일 경우 신분증만 제시하면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 지도를 펴보니 모두 걸어보기에 장장 3~4시간은 걸릴듯한 거리.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아온 기자에게는 무리수일 것 같아 장안문에서 팔달문까지의 코스를 지정하고 둘레길 걷기를 시작했다.
첫 발걸음을 떼는데 장안문의 웅장함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 입구를 지나니 평평한 땅과 군데군데 큰 나무 그늘 우측으로 쭉 이어져있는 성곽은 앞으로 가게 될 둘레길이 왠지 고상하고 품격 있는 여행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주말이라 그런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다. 우선
가족단위가 제일 많았고 그 외 운동하는 사람, 연인, 학생, 외국인도 눈에 띄었다. 혼자 온 사람도 꽤나 있었다. 나 역시 직접 걸어보니 혼자라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혼자이기에 둘레길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사람들을
구경하며 걷는 동안 어느새 화서문에 도착했다. 화서문은 수원화성을 출입하는 4개의 관문(팔달문, 장안문, 화서문, 창룡문)중 하나로 보물 403호로 지정돼 있다. 석축으로 된 무지개문 2층에 문루가 세워져있고 벽돌로 쌓은 반원형 옹성이 문을 둘러싸고 있는 독특한 형태가 참 인상적이다.
평평한 땅이 지나고 오르막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 이제 시작이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오르막길을 올랐다.
성곽 밖으로 소나무들이 심어져 있어 한낮의 따가운 햇살을 군데군데 막아준다. 덕분에 좀더 수월하게 올라갈 수 있었다.
중간쯤 올랐을까. 야생화 산책로라는 표지판이 있다. 살펴보니 생활주변에서 사라져가는 야생화 50종이 심어져 있다.
관광객들을 위한 볼거리와 배려는 곳곳에서 보인다. 성곽을 따라 가다보면 돌로 쌓아놓은 발받침대가 드문드문 있다. 성곽 밖 풍경을 보거나 사진사들을 위한 배려일 것이다.
둘레길을 걷다보면 반듯하게 닦아놓은 길도 있지만 바로 옆에 흙길이 따로 있다.
나무들 밑에서 자연의 생명력을 느끼며 걷고 싶으면 흙길로 걸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이렇듯 ‘수원화성’의 둘레길를 즐기는 방법은 따로 정해져있지 않다. 마음 가는 곳으로 발길을 옮기면 된다.


◆ 곳곳에 가보고 싶은 갈래길…더욱 기대
드디어 오르막길의 하이라이트. 양옆으로 소나무들이 지키고 있는 돌계단을 올려다보니 꽤나 높아 보인다. 순식간에 헉헉거리며 올라간 오르막길 끝에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장관이 펼쳐진다. 수원시 도심 전경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우와~” 산들산들 부는 바람에 삐질 삐질 났던 땀이 산뜻하게 날아간다.
이곳은 바로 서장대다.
서장대는 팔달산 정상에서 성 주변을 살피면서 군사를 지휘하던 곳이다. 사방 100리가 한눈에 보이는 서장대는 화성의 군사지휘본부로 사용된 시설물이다.
이렇듯 우리나라 문화재 하나하나 만들어진 목적과 그것을 피부로 느껴보는 것도 ‘수원화성’ 둘레길의 묘미다.
둘레길을 걷다보면 갈래길도 많다. 한길만 나 있는 것이 아니라서 한번 와본 사람은 또 다른 코스를 지정해 새로운 정취를 느껴볼 수 있다. 곳곳마다 표지판이 잘돼있고 표지판이 없어도 어디든 길은 통하게 만들어져있다.
서장대 근처에 보면 숲이 우거진 산책길이 있다. 그곳에서 곧장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고 중턱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도 보인다. 내려가 볼까 하다가 여기에 온 목적이 성곽길을 따라 걷는 ‘둘레길’ 탐방이라는 걸 다시금 다잡은 뒤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졌다.
서장대
건축물 앞에 여러 켤레의 신발들의 가지런히 벗겨져 놓여있는 게 참 인상적이다. 문화재이기 때문에 건축물 안을 들어가 보고 싶으면 신발을 벗어놓고 들어갈 수 있다.
서장대 벤치에 앉아 도심을 내려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위에서 내려다본 도심은 정말 작고 아름다웠는데 도심 속은 너무나도 치열하지 않은가…. 갖가지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댕~ 댕~’ 종소리가 들려온다. 지도를 펴보니 조금만 더 가면 ‘효원의 종각’이 있다.


효원의 종은 1991년 11월 4일 나라의 평안과 가족의 건강기원하는 수원시민들의 염원으로 만들진 것으로 보통 3회 타종하게 돼있다.
1타는 부모의 건강을 기원하고, 2타는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며, 3타는 자신의 발전을 기원함이다. 매일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직접 타종해 볼 수 있다. 정조의 성품을 생각하면 효원의 종이 이곳에 설치돼 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 곳에서 종소리의 은은한 울림을 가슴에 담고 다시 둘레길을 걷기 시작한다.


◆ 지친 일상탈출 … 여유 즐길 활력소
가파르지 않은 내리막, 잘 닦아놓은 시멘트길 왼편으로는 울창한 나무들과 새가 지저귀고 드문드문 쉼터에는 나들이 온 관광객들의 즐거운 웃음소리, 노랫소리가 들린다. 나 역시 저들과 같은 기분이다. 마음의 평안과 여유로움을 느끼며 흥얼거려 본다.
길을 걷다보니 간혹 울창한 나무들 사이에 지난 태풍의 피해를 입은 꺾인 나무들이 종종 보인다. 태풍이 지나간 지 꽤나 됐는데 세계가 인정한 문화재의 아름다움에 한껏 고취돼 있을 무렵 한 번씩 거슬리게 만드는 풍경중 하나가 됐다.
그런 점에서는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것도 잠시… 어디 사극에서나 나올법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 곳은 화양루길. 남서각루라고도 하는데 높은 위치에
건물을 세워 주변을 감시하기도 하고 때로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한 곳을 말한다.


길 양옆으로 쭈욱 세워진 깃발 사이를 걸으며 음악에 취해 어느새 정조가 되어 걷고 있었다. 잠시 동안의 정조의 빙의에서 깨어나 나의 둘레길 코스의 마지막인 팔달문으로 향했다.
남포루를 지나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팔달문이 보인다. 이곳에서 길은 끊어지기 때문에 ‘수원화성’을 모두 돌고 싶을 땐 내가 걸어온 반대의 경로, 팔달문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장안문에서 팔달문까지의 코스는 아주 여유롭게 걷는데 1시간 40정도 소요됐다. 체력을 원망하며 모두 다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못 가본 곳을 포함해 갈래길의 다양한 곳들은 한 번 더 오고 싶은 마음을 들게 만드는 요상한 힘을 가졌다.
산으로, 또 바다로 놀러가는 것도 좋지만 ‘수원화성’의 둘레길을 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둘레길 산책은 지친 생활에 활력소가 되기에 충분했다.

근성있는신문 데일리와이(http://www.why25.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