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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모습

안타까웠던 동두천 사격시험 날

26년전 떠났던 그 곳 Camp Casey를 다시 찾았다.

미군부대경비원으로 취업을 위한 사격시험때문이었다.

그리웠던 추억의 그 곳을 눈으로만 담아 오기엔 쉬이 사라질 것이기에

사진을 찍고 싶어도

영내의 어느 방향 어느 범위까지 사진을찍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귀찮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해서 그냥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사격장에서 사수들의 안전과 안내를 도맡아 해주던 카투사들.

그 예전 우리 때 보다 훨씬 여유있고 영어 실력도 강한 그들을 보며 자랑스럽고

대견했다.

내가 당신들의 선배다.

여기서 근무를 했던 자랑스런 전차병으로서의 날들을 묻은 곳이었다.

얘기하고 싶었는데,

차라리 회사에서 수련차 왔었다면 말을 했었을 것인데 그러면

카투사들은 신기한 일인 양 막사로 돌아가면 얘기들을 할 수 있었을 것이 아닌가?

자기들의 선배가 경비원을 하려고 다시 찾았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얘기할

사람들은 없을 것이기에 그냥 가슴 아리게 품어두고 돌아서야만 했다.

돌아오는 전철안에서 받은 누나의 문자.

카투사로 입대한 생질 녀석이 용산에 배치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서

기쁘기도 하면서 혹시라도 내가 경비원으로 용산에서 근무를 하게 되면

그 놈이 부끄러워할까 싶기도 하고 내 스스로도 미안해서 아는 척도 못할 것 같고

난감하다.

또 한번 세상에 나의 모습은 사람과 사람 사이 인간이고 나 홀 몸이

아니란 사실을 깨닫고선 전율한다.

무진장 추운 날에 덜덜 떨며 사격하고 탄피줍던 시간들이 아득하다.

감기가 내 몸을 감싸고 있다.

살갗에 닿던 차다찬 감촉은 아직도 남아서 내가 겪고 있는 시련들을

곱씹게 한다.

아침 6시 50분에 마포에 집결, 동두천으로 향하고

이젠 모든 사격시험을 마치고 다시 돌아가던 길, 마음의 자유를 찾기 위하여

동두천역에 내려서 그냥 따로 집으로 가련다.




후배 사무실에 들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