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

비 온 후 세찬 바람 속에 산으로

문경새재에 고등학교 동문 산악회가 주관하여 재경총동문회단체로 갔다.

영곤이는 대구 친구들을 문경새재로 오라고 해서 교통편은 재경일원들과

함께 움직일지도 모르겠다.

엉망이던 방안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간다.

서양보(커텐)를 쳐서 옷걸이대쪽을 가리고 양복은 양복집을 깨끗이

빨고 말려서 집어 넣어서 혹시나 요리할 때의 냄새가 배는 것을 적게 하고

먼지 앉는 것도 막는 효과가 있으니 좋다.

철제침대밑에 책상자도 다시 정리해서 수납함하나를 침대밑에다가 배치하고

밖에서 천대받던 이동식 옷걸이대를 방안으로 들여와 침대를 옷걸이보쪽으로

옮기면서 발밑께에 공간을 만들어서 그리로 집어 넣고, 모자걸이대도 옆에다가

세우니 방안이 아주 알뜰하게 배치가 되었다.

등산가방과 일반가방도 그 속에다가 둬서 방이 아주 깨끗하게 보이도록 했다.

책장도 어느 정도 치우면서 다시 채울 공간을 마련해 두었고,

비 올 때를 대비해서 투명막(비닐)으로 바깥에 놔둔 세간살이 등을 장막처럼

막아 뒀었는데 청접착띠를 추가로 붙여서 강한 비바람에 견딜 수 있도록

조치를 했다.

동문들은 문경새재에 갔으니 나는 뒷산이라도 가봐야 하겠다.

동두천쪽으로 가려다가 시간이 너무 늦어서 할 수 없이 택한 여정이었다.

아까시재목버섯은 충분한데도 눈에 띄는 몇 개는 따왔다.

동문행사에 간 친구하고 후배가 문자가 온다.

오랫동안 못 만난 고등학교 친구들이 반갑다고 연락을 바란다는 내용이었는데

그냥 훗날을 기약하고 문자로 안부만 전했다. 보고싶은 친구들.

도서관에서 미래의 희망을 꿈꾸면서 도란도란 나누던 정들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몸은 중년을 넘어 할아버지로 가고 있다.

또 문자가 온다.

대구에 도착한 옛친구의 문자다. 답장을 하고 나니 또 울린다.

친구려니 하고 봤는데 황당하게도 생질이다.

내일 입대한다고 잘 다녀 오겠다는 인사 문자였다.

외삼촌이 케이티에 다닌다고 자랑스럽게 여겼을 터인데

입사당시의 꿈은 당연히 사장이 되는 것이었고, 나는 될 수 있다고 생각도 했었는데

지금의 나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

자랑스런 외삼촌이 되어 용돈도 자주 주고 조언도 해주고

인생친구로서 상담도 하면서 같이 위로도 해주고 도움도 주고 싶었는데.......

오늘도 막연하나마 잘되면 생질녀와 생질한테 어떻게 잘 해 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었는데 난데없이 입대한다니?

서울대 법대를 입학하여 고시공부를 하다가 되면 법무관으로 군대가고

안되면 장교로 입대를 했으면 하는 바람을 혼자서 속으로 가지고있었는데

갑자기 입대한다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문자로 당부를 하고 나니 쓰린 속을 달랠 길이 없다.

사랑스런 조카 입대하는데 용돈도 못 쥐어주는 신세가

어찌 이리도 한탄스러운가?

생질녀도 나이가 차 오르니 시집을 곧 갈텐데 아버지 밑의 첫 손주라서

온갖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우리 형제들의 사랑 또한 남달랐었는데

역시 지금의 나는 아무 것도 해 줄 수가 없다.

사람이 혼자사는 것이 아니고 가족의 일원이란 것을 새삼 느끼지만

일시적 감정이지 지속적인 습성으로 남지는 않을 것을 알기에 자책을 한다.

'성곤아 외삼촌이 나중에 잘해줄게' 기약없는 소리를 허공에다가 날린다.

우리 3형제가 카투사출신이고 성곤이도 카투사로 입대를 한다니

아버지 밑의 자손들은 모두 카투사출신이네 ㅎㅎ


비는 그쳤으나 태풍이 오는 모양인지 강풍이 불어오는 속을 뚫고서 산을 오른다.


아직 이렇게 들꽃이 한창인데 단풍이라니?


상명대 너머 저 멀리 보현봉이 우뚝 솟아있꼬

왼쪽으로 가면서 문수봉, 나한봉, 나월봉이 보인다.


작품 만들어 본다고 나뭇가지 두 개 화면에 곁들여 보고


구름 속 태양의 강렬함은 굳이 보이지 않아도 알 수가 있다.


검붉은 산평선을 비껴서 서광이 내리 비치고


이건 마치 불타는 산하?


사진조명을 켜고 찍은 것(위)과 그냥 찍은 것(아래)의 차이가 이리도 큰가?


백과 흑의 장수가 엉켜 붙어 싸우는 듯



하산길 가을밤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계산옛골 영지버섯 있을까?  (0) 2011.11.13
나길도 명찰  (0) 2011.11.02
허리아픈 사람 등산해도 될까?-조선일보  (0) 2011.09.15
소요산에서 도봉산으로  (0) 2011.08.09
운길산행 4  (0) 2011.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