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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01.11 23:19
- ▲ 강인선 정치부 차장대우
국제사회에서 북한은 부정적인 의미의 '인기'를 누린다. 주민들은 기아에 시달리는데 지도자란 사람은 핵무기를 만들고 코미디 같은 3대 세습을 하는 희한한 나라이니 그럴 법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북한 초청을 받으면 어떻게든 가려고 하고, 북한에 잠깐 다녀오면 기자회견을 여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미국의 핵 전문가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 포격 직전 방북해 농축우라늄 시설을 보고 돌아왔다. 그는 '충격' 등으로 자신이 본 것을 표현하고 "북한을 포용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이 의도한 대로였다.
12월엔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방북 후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 사찰단 복귀와 미사용 핵연료봉 남한 판매 등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내용을 아는 사람들에겐 뉴스도 되지 못했다. 북한에서도 리처드슨에게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지 오래됐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아마도 그래서 선물도 별 볼일 없었는지 모른다.
이 외에도 박한식 조지아대 교수, 로버트 스칼라피노 버클리대 명예교수, 토니 남궁 뉴멕시코주지사 고문 등 많은 미국의 학자, 전직 관료와 외교관, 싱크탱크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방북해 북한의 입장을 외부에 전달하는 비공식적인 역할을 해왔다.
미국엔 북한의 '유혹'에 약한 사람들이 많다. 북한이 '당신이 해결의 돌파구를 만들어보지 않겠소?'라고 하면, '노(No)'라고 말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대부분 '나를 알아보고'란 태도로 방북 길에 오른다. 북한은 비용도 대주지 않는다. 대부분 스스로 경비를 마련해서 간다고 한다. 돌아와선 그 희귀한 경험을 세상에 전한다. 북한통이나 북한 전문가를 자처하며 책도 쓰고 인터뷰도 하고 강연에 나선다. 북핵문제는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1급 골칫거리이다. 잘만 하면, 김대중 전 대통령,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등이 그랬던 것처럼 노벨평화상을 탈 수도 있고, 국제적인 분쟁 해결사란 명성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심각한 문제의 해결에 기여하고자 하는 그들의 '충정'을 모르지 않는다. 일정 부분 기여한 점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들이 북한으로부터 '허가증'을 받아 북한이 전하는 바를 북의 의도에 맞게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훗날 또 다른 방북을 기대하거나, 몇 안 되는 대북 창구로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북한에 비판적인 말은 하지 않는다.
리처드슨 주지사가 방북 후 "북한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길 원한다"거나, "북한이 (한국의) 연평도 훈련에도 불구하고 보복공격을 하지 않은 것은 대화 의지를 표명한 것"이란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했을 때, 미국에서 인정받는다는 북한통의 수준이 이 정도인가 싶었다. 북한의 초청을 받아 방북 길에 오르는 사람들은 이 순간 왜 북한이 그들을 택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방북 기회를 이용해 큰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결과는 늘 북한에 이용당하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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