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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볼 때 한명숙 전총리는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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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호씨 "돈 종착역 따로 있다" 또 말바꿔… 로비자금 줬다던 朴씨(한신건영 前부사장)와 멱살잡이 직전까지

  • 기사
  • 입력 : 2011.01.12 03:08

[한명숙 前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4차 공판]
한솥밥 먹던 朴 前부사장 "왜 내게 달러를… 몰라" 부인
검찰 증인 일산 H교회 장로 "교회 신축 때 문화재 나오자 韓 前총리가 유홍준 청장 연결"

검찰에서 한명숙 전 총리에게 정치자금 9억원을 건넸다고 했다가 작년 12월 공판에서 "지어낸 얘기"라고 부인했던 한만호(50)씨의 법정 진술이 11일 다시 바뀌었다.

작년 12월 2차공판에선 "(한 전 총리가 아니라) 일산 H교회 김모 장로와 박모 부사장에게 성과급으로 5억원을 줬다"고 했던 한씨는 이날 공판에선 "그 돈 종착역은 따로 있고 김씨 등은 전달자"라고 했다.

한명숙 전 총리가 11일 오전 정치자금법위반사건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공판에선 "(한씨가 입찰에 참여했던) H교회 신축 부지에서 유물(遺物)이 나와 문제가 되자, 한 전 총리가 해결해줬다"는 관련자 진술도 나왔다.

이날 공판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자정을 훨씬 넘겨 진행됐다. 새벽 2시20분까지 철야로 진행된 지난 4일 공판에 이어 또 한번의 '마라톤 재판'으로 기록됐다. 방청나온 한 전 총리 지지자가 법정에서 검사를 비난하면서 재판부가 이 사람을 퇴정(退廷)시키는 일도 벌어졌다. 검찰은 "방청객이 '검사××'라고 했다", 해당 방청객은 "'저것도 검사냐'라고 했을 뿐"이라면서 옥신각신했다. 한 전 총리는 자정쯤 재판부에 "말씀드릴 게 있다"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너무 힘들다. 귀에서 사이렌소리가 난다"고 했다.

◆또 말바꾼 한씨

오후 공판이 시작된 지 30분쯤 지난 2시30분쯤 법정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한만호씨의 증언 때문이었다.

임관혁 검사=지난번 공판 때 김모 장로와 한신건영 박모 부사장에게 2007년 5월 17만~22만달러와 3억원을 줬다고 했죠? H교회 공사를 곧 딸 것 같아서 사전(事前)에 성과급 명목으로 준 것이라면서요.

한씨=그 돈은 '종착역'이 거기가 아니고요. 특정 종교나 교회에 누를 끼치고 싶지는 않지만, 이런 돈을 건설업계에선 '실탄'(로비자금)이라고 합니다.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정치자금 수수의혹 사건 4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건설업자 한만호씨가 교회공사 수주‘로비자금’을 건넸다고 지목한 박모씨와 설전을 벌이고 있다. /그림=박상훈 기자 ps@chosun.com

임 검사=김씨와 박씨에게 준 돈이라더니, 막상 대질신문을 하게 되니까 또 말을 바꾼 것 아닌가요. 그럼 종착역이 도대체 누군가요?

한씨=두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그랬던 겁니다. 돈이 어디 쓰였는지는 모릅니다.

신응석 검사=회사 오너(소유주)가 로비하라고 5억을 주면서 누구에게 로비했는지도 안 물어봤다는 건가요?

한씨=모릅니다.

검찰은 한씨가 이날 예정된 박씨, 김씨와 대질에 자신이 없자, 김씨 등의 도덕성을 깎아내리려고 또 말을 바꾼 것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한씨는 "제가 (다른 사건으로) 3년이나 형을 살았고, 또다시 형을 받을지 몰라서…"라고 했다.

◆박씨 "당신 천벌받아", 한씨 "검찰이 박씨 간덩이 키워놨다"

오후 4시쯤 한씨와 박씨간 대질이 시작됐다. 한때 한신건영에서 한솥밥을 먹던 두 사람이었다. 박씨가 뒤쪽, 한씨가 앞쪽에 앉았다. 박씨는 앞서 검찰신문에서 "사장님(한씨)이 돈을 준 장소라는 제 사무실은 그때 인테리어 공사중이었다. 인부들이 다 보는데 돈을 줄 수 있느냐. 나는 평생 1000달러 이상은 만져본 일도 없다"고 했다. 이어 진행된 두 사람의 대질은 10분 만에 험악한 분위기로 변했다.

한씨=(박씨가) 교회수주가 잘 될 거라기에 저는 과감히 투자를 했고, 17만달러인지를 줬고.

박씨=(목소리를 높이며) 누구에게? 어디서?

한씨=사무실 다 꾸며졌을 때. 인테리어 하던 중이었지만 어느 정도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을 만한) 자리가 돼 있었어요.

박씨=(어이없는 듯 웃으며) 저한테 왜 달러를 줬다고 합니까. 제가 외국에 자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씨=(목소리 톤이 올라가며) 내가 기억해 얘기하는데, 웃긴 왜 웃어. (검사들 쪽을 보면서) 전부 검찰에서 간덩이를 키워놔서 그런 거야.

박씨=저 말하는 거봐. 당신 천벌받아.

두 사람이 멱살잡이 일보직전에 이르자, 재판부가 제지하면서 대질은 20분 만에 끝났다.

이날 박씨 외에 장로 김씨, 한씨의 운전기사였던 김모씨도 한씨와 대질하면서 말싸움을 벌였다. 운전기사 김씨는 한씨가 "박씨와 장로 김씨에게 돈을 갖다주라고 심부름시켰다"고 지목한 사람이다. 세 사람은 모두 "한씨가 거짓말을 한다"고 했다.

◆"한 전 총리가 문화재청장 연결해줬다"

장로 김씨는 검찰 신문에서 "2007년 7월말쯤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한명숙입니다'라고 하더라. 그때 한 전 총리는
유홍준 문화재청장 수행비서 전화번호를 알려줬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이어 "서울에서 유 전 청장과 만나 문화재 지표조사 문제를 상의했다"고 말했다.

당시 H교회 신축부지에선 구석기시대 유물이 나와 문화재 지표조사 대상지구가 됐으나 조사는 실시되지 않았다. 이는 한 전 총리가 교회공사 입찰에 참여한 한씨를 돕기 위해 민원까지 해결해줬다는 점을 보여주는 정황증거라고 검찰은 주장했다. 한 전 총리 변호인들은 그러나 "김씨 증언은 대질신문과 전혀 관계없는 내용"이라고 깎아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