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회 주소록을 정비하지 않아서 그 작업하느라고 모임시간에 늦었다.
실컷 작업하고 나니 엉뚱한 것을 가지고 하는 바람에 제대로 현행화가 되지 않아서
처음부터 다시 해야 했다.
관절약을 먹으면 상당히 졸리는데도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로 빠듯했다.
늘 그렇듯이 기초작업을 해놓고선 수목원이다 산에다 하면서 다니느라
밀리다 보니 촉박해서야 부리나케 하는 습성이 이번에도 유감없이
발휘되고야 말았다.
대략 이십년 가까이 동기회 총무일을 하는데
늘 회장들이 다 알아서 하고 난 그저 연락만 하는 일을 맡아 왔었기에
다른 모임의 총무들처럼 발벗고 나서서 하는 수고로움은 없었으니
굳이 총무라고 할 것 까지도 없는 연락책에 불과하나
동기들은 총무라는 소리를 해주곤 했었다.
회장이 바뀌면, 총무를 지명할테니 임시로 연락하는 역할만 맡고 있어라는
회장의 당부가 지켜진 적은 없었다.
그래저래 온 세월이 이 만큼이었다.
그러나 퇴사를 하고 아무래도 경제적인 압박과 모임의 위상도
생각을 해야 하고, 해서
은행 지점장을 하는 친구를 총무로 내세울 요량으로
회장에게 얘기하니, 자기도 그만 둘 때가 되었다고 같이 그만 두자고 한다.
회장일을 수고롭게도 힘겹게도 잘해 왔는데 마땅히 할 사람이 나서지
않으면 곤란한 지경인데 품성이 좋고 마음도 넓은 회장은 다른 친구들에
의하여 또 연임을 하게 되어서,
내가 직접 친구한테 총무자리를 좀 맡아 달라고 했다.
그 친구는 내가 해 온 세월이 있었으니, 예우차원에서
어차피 누구라도 해야 할 일이니까 맡아 보겠노라고 해주었다.
고마운 일이다.
졸업한 지 30년이 되는 해라, 대구에서 전체 동기회 모임도 하고
신임총무 인사도 하는 자리를 5월 18일로 정했는데
다들 결산이다, 해외출장이다, 처가식구들 상경이다 해서
출석률은 저조한 편이었다.
피곤한 상태에서 술을 마셨더니, 금방 취했고 2차를 간 것이
잘 기억이 안날 정도였는데 사진을 보니 대충은 떠오르지만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 더 많았다.
눈을 뜨니 옷을 다 입은 채로 누워 있었다.
울렁거리는 속을 간단한 아침으로 달래고
좀 쉬어도 다시 울렁거림으로 밀어 붙이는 심신이 힘들었다.
지난 번 사기막골에서 뜯어온 것이 약이려니 하면서
돌나물과 쑥국으로 해장을 했다.
그 힘으로 지금 버텨 나간다.
쑥하고 돌나물을 좀 더 뜯어야 할텐데
청계산으로 가느냐 사기막골로 가느냐 생각을 좀 해봐야 겠구만.
왼쪽 안쪽부터, 이정은, 서문환, 권태진, 문과 이상곤, 오른쪽으로 넘어가면서 가까운 쪽부터
채수웅, 전종원, 이과 이상곤
문과 이상곤이는 도대체 언제 보고 못 봤지? 그런데 참 중후하고 멋있게 나이 들어서 보기가 좋았다.
정은이도 작년말에 보고 처음인 것 같고, 문과 상곤이는 산에서 가끔 봤고 문환이하고 종원이는
산에서 더 자주보고, 태진이 오랜 만이었고, 수웅이도 가끔 보고
영곤이가 안 보이네. 음 이 때는 수업때문에 아직 합류를 못했구만.
광희는 어디에 숨어서 안 보이노?
태진이를 의장석에 앉히고 사진을 찍을때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아래 사진들은 도통 기억에 없다.
택시 잡아서 나를 태운 것은 기억에 남아 있고......
그렇지 이 사진에는 영곤이가 보이는구만.
광희도 오른쪽에 보이고
정은이 야가 아직 담배를 피우네.......
광희는 물잔을 잡으려고 하는가? 술잔인가? 여기서는 똑똑히 보이누만.
뭐가 그리 좋은지 아주 활짝 웃었다. 태진이를 보면 대도시는 아니지만
그래도 명색이 수도권의 시의원인데도 잘난 체 하지 않고 겸손할 줄 아는
참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친구다.
이건 또 뭠미?
종원이가 자리에서 사라진 걸 보니 이 사진을 찍었네.
산을 다니면 워낙 사진을 잘 찍으니 내 사진기라도 서툴지가 않았겠다.
취해가는구만
이것도 종원이가 찍었나 본데 자리에 없는 걸 보면
이건 내가 찍었고, 소주를 마셨었나? 맥주마시러 2차 간 것 아니던가?
국물도 보이고........당췌......
광희는 문환이가 어려운가 보다. 옳지 두 손으로 잘 따라 보거라
좌문환 우광희
좌광우도도 아니고 ㅎㅎ
어? 이건 종원이가 저어기 앉아 있는데 누가 찍었지?
잘 찍었네. 건배하는 모습.
'나의 모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집 석양 (0) | 2011.06.01 |
---|---|
일상 속의 모습들 (0) | 2011.06.01 |
낙원상가 근처에서의 만남 (4) | 2011.05.10 |
맛없는 돼지고기 볶음 (0) | 2011.04.28 |
방사능 비가 오던 날 (2) | 2011.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