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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집에서만 쓰는 비공식어 전락 우려

문화
종합

국립국어원장 "한국어, 집에서만 쓰는 비공식어 전락 우려"

  • 조선닷컴
  • 입력 : 2011.01.19 15:18 / 수정 : 2011.01.19 16:07
권재일 국립국어원장이 19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립국어원 개원 2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권재일 원장, 개원 20주년 언론간담회

국립국어원이 “우리말을 지키지 못하면 (모국어는) 집에서만 쓰는 비공식 언어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재일 국립국어원 원장은 19일 개원 20주년을 기념한 언론간담회에서 “온 세상이 영어사회가 돼 가고 있으며, 특히 인터넷을 통한 획일화로 정치·경제적으로 강한 나라의 언어에 힘이 집중되고 있다”면서 “우리말이 완전히 소멸하지는 않더라도 비공식 언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이어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정치·경제적 안정이 계속되면 만주어처럼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우리말이 필리핀 타갈로그어나 부탄의 종카어처럼 생활언어·가정언어로 전락하고 정치·행정·법률·학문 등 공식언어는 영어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 “미래학자들은 지구 위의 6700여개 언어 중에 21세기 안에 대다수가 소멸하고 영어·중국어·스페인어 정도만 살아남고 일본어·독일어 등은 간신히 명맥만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어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국립국어원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 국어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국립국어원은 국어 보존을 위해 전문용어의 우리말 순화, 지역어(방언) 보존, 한국어의 해외 전파, 영한 자동번역 프로그램을 비롯한 국어 정보화 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립국어원은 내년까지 27개 분야의 전문용어 34만개를 쉬운 우리말로 바꿔 학계와 국민에게 보급할 계획이다. 전국을 9개 권역으로 나눠 유네스코의 소멸위기 언어로 등록된 제주 방언을 비롯한 지역어 보존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권 원장은 “언어학계에서는 대체로 1억명 이상의 인구가 쓰는 언어는 쉽게 소멸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면서 “남북한 인구가 7600만명이므로 한국어를 쓰는 인구가 2400만명 정도 더 확보되면 소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몇 년간 중단됐던 남북언어학자 회의도 재개하도록 노력하고 새터민 대상 국어교육과 통일 이후 언어 소통에 불편이 없도록 하기 위한 준비 작업도 함께 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