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계(市界)종주 3·4구간] 도봉산역~포대능선~우이동~영봉~위문~지축역 29㎞
- 북한산 시계에서 두 개의 하늘을 보았다
- [4구간]
우이동~육모정고개~영봉~하루재~위문~용암봉~문수봉~의상봉~북한산성탐방안내소~지축역 19㎞
4구간은 거리가 다소 길어 출발시각을 1시간 당기기로 했다. 오전 9시 우이동 그린파크 앞에서 일행이 모였다. 3구간 종주 때보다 참가자가 다소 줄어 10명 남짓이었다. 봄이 오니 각종 행사도 많아져 빠졌다고 한다. 날씨가 추워도 봄은 오고, 구간종주는 계속된다. 오전 9시5분쯤 바로 출발이다.
3구간 마지막 구간인 우이동 한정식집으로 들어가다 왼쪽 등산로로 올라갔다. 오크밸리 카페를 거쳐 육모정고개로 갔다. 원래 서울시계는 우이령고개를 넘어 상장능선에서 육모정고개로 이어지지만 자연휴식년제와 통제구역 등으로 우이동으로 우회하는 것이다.
용덕사 방향으로 가다 절을 우측에 두고 왼쪽 등산로로 진입했다. ‘육모정고개 1.1㎞’란 이정표가 나왔다. 등산로는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계곡이라 바람도 없고, 길도 푹신하다.
커다란 입석바위가 나왔다. 가로·세로 7m는 족히 될 것 같다. 바위 앞에 선 사람이 손바닥만 하게 보일 정도다. 이 바위를 아는 산악회는 매년 여기서 시산제를 지낸다고 한다.
계곡 등산로는 조금 가팔랐다. 능선으로 오르려니 그럴 것 같았다. 육모정 고갯길에 올랐다. 육모정고개는 사거리지만 북쪽으로 가는 길과 상장능선 가는 길은 통제된 상태다. 고개 오른(북)쪽 능선이 상장능선과 우이령으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완만한 오르막길로 헬기장을 지나 능선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계속 가면 해발 604m의 영봉이다. 영봉에서는 백운대와 인수봉의 웅장한 모습과 도봉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 ▲ 포대능선 Y계곡의 바위틈엔 아직 눈이 녹지 않고 미끄러운 상태라 종주팀이 힘겹게 오르고 있다.
주요 봉우리와 9개 성문 지나
영봉에서 급경사로 내려서면 하루재에 이른다. 왼쪽으로 내려가면 도선사 주차장으로 하산하고 곧바로 능선으로 올라가면 북한산 인수대피소가 있는 깔딱고개를 지나 백운산장에 이른다. 시각은 11시26분. 출발한 지 2시간30분 가량 지났다. 휴식을 취하고 중식을 해결했다.
백운산장 위로 보이는 북한산 정상 백운대엔 평일에도 많은 사람이 오르내린다. <신증동국여지승람>과 <북한지>에 따르면 ‘삼각산은 인수·백운·만경 세 봉우리가 우뚝 솟아 세 개의 뿔과 같이 생겨 붙여진 이름이며, (중략) 고구려 동명왕의 아들 비류와 온조가 남쪽으로 내려와 한산(漢山)에 이르러 부아악에 올라가 살 만한 땅을 찾았다는 산이 곧 이 산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삼각산이라고 불리던 산이 조선 후기 북한산성이 축성되고 그 내용을 기록한 <북한지>가 발간됨으로써 북한산이란 이름이 자연스럽게 산이름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출발이다. 위문까지 올랐다가 이제부터 북한산성으로 둘러싸인 북한산의 주요 봉우리를 거쳐 북한산성탐방안내소를 지나야 한다. 갑자기 갈 길이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북한산은 주요 32봉을 포함한 14개의 성문을 가지고 있다. 이 성문은 북한산 중심인 행궁과 중흥사지로 통하는 길목으로 시민들이 찾는 주요 등산로이기도 하다. 북한산은 성곽을 쌓기 전부터 천연의 요새로 기능을 해왔다. 북동쪽 하늘을 가로막고 있는 백운대·인수봉·만경대·노적봉, 그리고 북서쪽의 원효봉·염초봉, 남서쪽의 문수봉·나한봉·증취봉·용출봉·의상봉의 험준한 산 능선이 연결되어 요새를 만들어놓았다. 서울시계는 북서쪽의 봉우리를 빼고는 전부 다 거쳐 지나간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북한산성은 삼국시대 백제의 토성으로 개루왕 5년(132년)에 축조되었다’고 기록돼 있다. 백제가 위례성에 도읍을 정할 때 도성을 지키는 북방의 성으로 축조한 것이다. 고려시대 들어서도 북한산은 중요한 기능을 했다. 11세기 초 거란이 침입해왔을 때 현종은 고려 태조의 재궁을 북한산 향림사로 옮기고 성을 증축했다. 우왕 13년(1387년)엔 왜구에 대한 방비책으로 최영 장군에게 노적봉을 중심으로 중흥석성을 수축하도록 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을 거치며 산성 축성 논의가 계속되다가 조선 숙종 37년(1711년)에 이르러서야 대대적인 북한산성 축성공사를 벌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 ▲ 암릉이 펼쳐진 도봉주능선을 가기 위해 나무계단길로 내려가고 있다.
- 그 수많은 역사와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산성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걸어야 한다. 역사를 되새기는 건 아무리 해도 좋지만 육체적으로는 녹초가 될 것 같다. 위문부터 산성 출발이 시작됐다. 위문에서 노적봉까지는 거리가 불과 600m 정도밖에 안 되지만 철난간을 잡고 가야 하는 다소 거친 길이다.
노적봉은 임진왜란 때 왜적들이 곡식을 수북이 쌓아놓은 노적더미로 의심했다는 전설을 간직한 봉우리다. 그만큼 우뚝 솟아 있다. 가파른 등산로로 인해 등산객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북한산 주능선인 용암문과 대동문 방향으로 진행한다. ‘←0.9㎞ 백운대, 대동문 2.1㎞ ↑’ 이정표가 방향을 안내하고 있다. 북한산대피소를 거쳐 동장대를 지나 대동문에 도착했다. 종주능선은 별로 힘들지 않은 무난한 길이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해 보국문을 지날 즈음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쉬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성에서 지축역까지 평지 4㎞ 걸어야
‘시경계를 걷는다’는 것은 두 개의 시, 도를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의미와 같다. 그것도 가장 높은 지대에서 산성을 따라 걷는 길은 두 개의 하늘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다. 서울의 하늘은 약간 흐리긴 했지만 그나마 시야가 어느 정도 확보돼 있었다. 반면 경기도의 하늘은 눈이 내려 은색의 세계로 변해 있었다. 딱 중간 지점에서 한쪽은 갠 하늘, 다른 쪽은 눈 내리는 하늘, 즉 두 개의 하늘을 동시에 보는 것이다.
대성문을 지나니 삼각점이 종로구, 성북구, 고양시의 경계점을 알렸다. 삼각점 위에서 주변을 살펴본 후 대남문으로 향했다. 대남문과 문수봉을 지나 청수동 암문, 부왕동 암문, 용혈봉, 용출봉까지 왔다.
용출봉은 몇 년 전 벼락으로 등산객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암벽 위로 오르는 다소 위험한 코스에 안전을 위해 철제 난간을 설치한 것이 오히려 화근이었다. 벼락이 그 철을 찾아 내려와 때린 것이다. 지금은 사고지점 조금 위에 피뢰침을 설치했다.
용출봉에서 가사동 암문을 거쳐 마지막 봉우리인 의상봉에 다다랐다. 의상봉 정상에서는 북한산성의 전체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북한산의 주요 봉우리와 주요 성문의 위치까지 가늠할 수 있다. 너무 힘들었지만 북한산의 전체 지세를 한결 수월케 파악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의상봉에서 다시 북한산성탐방안내센터로 하산이다. 날씨는 비가 올 듯 말 듯, 눈이 올 듯 말 듯한 상태였다. 밧줄을 잡고 내려가는 코스가 많고 매우 미끄러운 길이다. 겨우 절반쯤 내려가니 포근한 등산로가 이어졌다.
북한산탐방안내센터로 가는 차도와 도보탐방로가 연결되는 지점에 왔다. 하산했지만 4구간 끝은 여기가 아니다. 평지를 걸어서 지하철 지축역까지 무려 4㎞를 더 걸어야 한다.
무릎이 슬슬 아파오기 시작했다. 산길을 걷는 것보다 평지 걷는 게 역시 더 힘들다. 오히려 천천히 걸었다. 지축역으로 가는 길은 산성 입구 바로 앞에 있는 창릉천을 따라 곧장 가면 된다.
은평뉴타운 건설 중이라 곳곳이 산만하다. 공사 자재가 여기저기 널려 있고, 거리는 아직 정돈되지 않은 상태였다. 완공된 아파트에 입주민도 별로 없는 듯했다. 저녁이 다 돼 날이 어둑어둑했지만 불이 들어온 집은 몇 집 안 돼 보였다. 이제 바로 저 앞에 지축역이 보이고, 지하철이 지나갔다. 마침내 끝이다. 시계를 보니 오후 6시30분. 오전 9시에 출발했으니 무려 9시간30분을 걸었다. 빨리 밥을 먹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우이동에서 육모정고개~영봉~하루재~위문~용암봉~문수봉~의상봉~북한산성탐방안내소~지축역까지 무려 19㎞였다.
- ▲ (좌)우이암 전망대에서 종주팀이 안내판에서 오봉와 자운봉, 신선봉을 확인하고 있다. (우)우이암에서 우이동으로 내려가는 마지막 난코스를 종주팀이 힘들게 내려가고 있다.
[서울시계종주 3·4구간 가이드]
4구간은 특히 길어 도시락·간식 충분히 챙겨야
서울시계종주는 기본적으로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하다. 1·2구간이 그렇고, 이번 구간도 마찬가지다. 3구간은 지하철 1·7호선 도봉산역에서 모여 출발하니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3구간 끝지점이자 4구간 출발지점인 우이동은 지하철과 버스 환승을 하든지 택시를 타야 한다. 지하철로는 4호선 수유역에서 내려 우이동이나 도선사행 버스를 타면 된다. 지하철 내리는 지점이 버스 승강장과 바로 연결된다. 수유역에서 택시를 타도 5,000원 내외다.
3구간은 도봉산 종주코스로 거리가 10㎞ 정도로 별로 길지 않아 간단한 도시락과 간식을 챙겨 가면 되지만 4구간은 3구간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19㎞기 때문에 도시락과 먹거리를 제대로 챙겨야 한다. 특히 4구간은 평지를 4㎞ 이상 걸어야 하기 때문에 워킹용 신발 밑창을 까는 것도 괜찮다. 여성들은 장거리 도보로 발바닥이 아프면 가끔 생리대를 신발 밑창에 깔기도 한다.
/ 글 박정원 차장 jungwon@chosun.com
사진 정정현 부장 rockart@chosun.com 이구희 기자 poto9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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