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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성형시대(조선일보)

목소리 성형시대~ 당신의 목소리는 정상입니까?

말투, 표정, 몸짓 등 사람의 인상을 결정하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목소리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인데 목소리가 심하게 떨린다거나, 쇳소리가 나는 등의 증상으로 고민을 떠안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타고난 혹은, 후천적으로 악화된 목소리를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목소리에 관한 한 최고의 의술을 보유한 예송이비인후과 김형태 원장은 목소리도 성형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성형’이란 단어에서 쌍꺼풀이나 코 수술 같은 미용상의 개념을 떠올리기 쉽지만 목소리 성형이란 본인의 목소리를 정상적으로 되돌리는 일종의 복원에 가깝다. 예컨대 남성의 목소리를 가진 여성에게 가늘고 높은 여성의 목소리를 되찾아 준다거나 성대에 결절이나 마비가 와 목소리에 이상이 생긴 경우, 떨림 현상이 심하거나 쉰 소리를 낼 경우, 정상적인 목소리가 나오도록 수술을 해주는 식이다.

“재생불량성빈혈환자들이 안드로겐 호르몬 치료를 받다보면 여성의 성대가 남성처럼 변합니다. 부신성기증후군을 앓고 있는 여성 환자들도 남성호르몬이 분비되면서 똑같은 증상을 겪게 되죠. 여성이 남성의 목소리를 낸다고 생각해보세요. 그 스트레스를 감당하기가 힘들 겁니다. 이처럼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던 끝에 목소리 성형기법을 생각해낸 겁니다.”

김 원장은 남성처럼 낮은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에게 성대의 길이와 모양을 바꿔주는 ‘성대단축술’과 성대 윗부분을 당겨서 묶어주는 ‘전유합전진술’을 동시에 시행해 목소리 톤을 평균 74.2㎐ 증가시켰다. 이 같은 연구결과가 지난 2007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음성학회에 발표되면서 그의 수술법이 큰 관심을 받게 됐다.

남성의 목소리와 여성 목소리의 가장 큰 차이는 음성의 높낮이, 즉 주파수(㎐)에 달렸다. 주파수는 성대의 길이와 크기에 의해 결정되는데 성대의 길이가 길고 큰 남성은 낮은 소리를 내며 반대로 여성은 성대의 길이가 짧고 작기 때문에 높은 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를 두고 김 원장은 ‘바이올린이 비올라에 비해 높은 소리를 내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한다. 일반적인 성대의 길이는 여성이 평균 1.5∼1.8㎝로 남성의 2.0∼2.3㎝보다 짧다. 따라서 길고 두꺼운 남성의 성대를 여성의 성대처럼 가늘고 짧게 바꿔주는 수술을 하면 여성의 목소리를 갖게 된다.

그렇다면 목소리에 이상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약물치료과정에서 목소리 변형이 오는 경우나 성전환수술을 한 경우를 제외하고 목소리에 변화가 생기는 이유는 성대질환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감기나 급성후두염(성대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처럼 좀 쉬면 낫는 경우도 있지만 성대마비처럼 심각한 질환도 많다. 목소리 변화는 후두암·갑상선암 등 각종 암의 신호탄일 수 있어 더욱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김 원장은 변한 목소리가 2주 이상 회복되지 않으면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첨단 목소리 성형법

목소리 성형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먼저 목소리가 떨리는 연축성발성장애는 성대 근육이 마비되어 뇌신경이 성대의 경련을 일으키는 증상이므로 문제가 생긴 성대 근육에 보톡스를 주입해 뇌의 신호를 차단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성대 근육이 파이거나 굳었을 때, 또는 퇴화된 경우에는 해당 부위를 채워 넣는 시술도 할 수 있다. 성대가 노화돼 근육이 거의 없어진 ‘노인성 후두’, 유전적 요인이나 방사선 치료 후 생기는 ‘성대 구증(성대에 홈이 파인 것)’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미세 현미경으로 성대를 보며 파이거나 근육이 부족한 부분에 여러 가지 성분의 주사액(보형물)을 넣어 원래의 볼륨을 만들게 된다.

성대에 굳은살이 생기는 생대결절은 잘못된 발성 습관을 교정하거나 약물을 통해 치료할 수 있으나 상태가 심각한 경우 미세후두수술을 통해 굳은살을 제거하는 방법을 쓴다. 성대 안쪽에 모세혈관이 파열되면서 물혹이 생기는 질환도 있다. 이를 성대폴립이라고 하는데 꼭 수술이 필요한 증상이다. 만일 장기간 방치해 악화된 경우에는 PDL(Pulse Dye Laser, 후두전자내시경 펄스다이레이저)을 이용한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PDL 성대수술은 가늘고 구부러지는 후두전자내시경을 코를 통해 넣은 뒤 전자내시경 채널에 가느다란 광섬유형 케이블을 넣고 레이저를 조사하여 수술을 하는 방법이다. 출혈이 없는데다 부분 마취를 이용해 시술이 20분 내외로 간단하고 회복기간도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2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가수 조덕배 씨도 예송이비인후과에서 PDL 성대수술을 받았다. 뇌졸중의 후유증으로 성대 떨림 현상이 생긴 탓이었다.

자칫 가수 생명에 지장이 올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으나 수술 뒤 음성 재활 훈련을 거쳐 다시 예전의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예송이비인후과의 탁월한 치료법이 알려지면서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까지 손님들이 몰려들고 있는데 매년 외국인 환자가 200%씩 늘어난다니 실로 엄청난 증가율이다. 이런 점을 인정받아 예송이비인후과는 지난 2009년 보건복지부가 선정한 외국인환자 유치 우수의료기관에 선정되기도 했다.

대학시절 오케스트라의 회장까지 맡을 정도로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는 김 원장은 유난히 목소리에 관심이 많았다. 10여 년간 가톨릭대 성모병원 이비인후과 의사로 제직하면서 목소리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온 그는 지난 2003년 예송이비인후과를 개원한 데 이어 2006년에는 예송아트세움이란 목소리 전문 음성 센터를 열었다.

개원의로서 목소리 전문 음성 센터를 세우기는 처음이다. 아시아 음성연구 분야 중 최대 규모라고 알려진 예송아트세움은 ‘음성의학연구소’와 연계해 주관적으로만 판단되던 목소리 평가에 과학적이고 객관화된 평가 프로그램 도입을 가능하게 했다. 목소리의 분석, 개선, 재활, 관리로 세분화된 네 개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며, 음역대나 발성 패턴을 비롯한 음치 원인, 목소리 질환 가능성 예측, 불안정한 음색 등 목소리 이상의 다양한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김 원장은 “앞으로 성악이나 뮤지컬 및 가수 지망생들을 위한 아카데미 사업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일궈갈 계획”이라며 “제약, 식품 및 재활의료기기 등 목소리에 관한 모든 토털 시스템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mine interview 성대, 이렇게 관리하라

예송이비인후과 김형태 원장

목소리 관리의 제1법칙은 목에 무리를 주지 않는 것이다. 감기나 후두염에 걸렸을 때는 성대점막이 붓고 충혈되기 때문에 말을 많이 하거나 노래를 부르지 말아야 한다. 평소 목이 잘 쉬거나 가라앉는 사람이라면 전철이나 카페처럼 소음이 심한 장소에서는 대화를 피하는게 좋다. 또한 하루 2리터 이상의 물을 충분히 마셔 성대점막을 항상 촉촉하게 유지해야한다. 이는 성대 진동을 원활하게 할 뿐만 아니라 성대 진동의 충격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꾸준한 발성 연습을 통해 성대 근육의 약화를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속삭이는 듯한 작은 목소리는 편안하게 내는 목소리보다 목에 힘이 많이 들어가 성대 근육을 무리하게 사용하게 되므로 피한다. 술이나 담배, 튀김이나 기름진 음식도 좋지 않다. 또한 카페인이 든 음식은 성대의 수분을 빼앗고 위산을 역류시켜 성대를 상하게 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 여성조선
취재 장혜정 기자 | 사진 이준경, 예송이비인후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