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3장에 만원하는 下內衣를 샀었는데
1장은 엉덩이쪽이 세로로 길게 죽 찢어져서, '꿰매야지' 하면서
차일피일 하던 것을 이사오면서 실타래를 하나 사서꿰매놓았다.
그 동안은 새 내의를 역시 3장 만원에 샀는데 착용감이 어째 불편하다.
보수적 성격탓인가? 새 것은 폴리에스테르인가? 면이 아닌 재질로
만든 것 같고 옛 것으 면으로 만든 것 같았다.
빨래를 하고, 햇볕에 바짝 말린 옷을 서랍에 정리해 넣을 때의
기분은 참으로 홀가분하다.
밀린 숙제를 후련하게 한 느낌,
회사에서 밀린 일을 아주 시원하고 멋지게 해낸 후의 뿌듯함이 밀려 온다.
옷서랍을 열어보니 또 다른 한 장이 색은 바랬으나 여전히 든든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나머지 한 장은 어디로 갔는지 안 보인다.
그런데 이 색바랜 내의를 보는데 마음이 대견스럽고 안쓰럽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오랜 세월 버티면서 새로운 내의와 함께 개어져 있는 그 연륜에 경의를 표한 건가?
나이 들면서 괜히 서글퍼지는 나의 값싼 눈물샘 작용탓인가?
떨어질 듯 얆아져 있는, 겉으론 멀쩡해도 어쩌면 한번만 더 입으면
바로 헤질 것 같은 아슬아슬함도 한 몫을 했을까?
반가웠다는 느낌은 분명했다.
그동안 새 것만 내의로 입다가 몸에 꽤 오랜 시간 맞춰 온 그 내의를
다음엔 입어 보고 싶다.
왼쪽이 색바랜 속옷, 오른쪽은 비교적 새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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