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습

황당한 배낭 도둑

바람처럼 구름처럼 2011. 8. 19. 21:02

어제는 희한한 일이 있었다.

가만 누워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주말에 산에 가야 하는데

배낭이 둘다 구멍이 나서 손을 좀 봐야 할 상태였다.

전에 신발 수선한 곳에다가 맡기면 되겠다 싶어서

마루에 있는 배낭을 찾으려는데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좀 전에만 해도 이리저리 살펴 보다가 밑에 구멍이

생긴 것 까지 확인을 했었는데.......

늘 배낭을 안방과 작은 방 사이의 벽 밑에 두는데

없어졌다.

혹시 볕을 쬐려고 밖에 두었나 싶어 내다봐도 없고.

거참~~

그 안에 뭐 중요한 것이 든 건 아니지만 소소히 필요한 것들이

있어서 참으로 아쉬웠다.

그러다가 오래전 대학다닐 때 선배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선

길바닥 평상위에 잠들었던 기억이 났다.

그 때 아침 청소부 아저씨의 빗질에 모래가 얼굴을 때려 일어났었는데

조끼 주머니에 있던 수첩이 없어져 버렸다.

선배는 입사원서가 든 봉투도 잃어 버렸었고.

혹시나 싶어서 두리번 거리며 길을 내려오는데 삼공벽돌속의 구멍에

수첩이 놓여 있었다. 선배의 원서봉투도 끼어 있었던 것도 같고.

하여간 갑자기 그 생각이 나서 집을 나서서 산으로 오르는 길목에

주택과 산 사이에 골목이 있는데 거기에 배낭이 있었다.

주머니들을 뒤진 흔적은 있는데 없어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정말 희한하다.

찾아서 집으로 들어오는데, 윗집의 학생이 나를 부른다.

좀 전에 어떤 사람이 우리 집으로 들어가서는 가방을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그걸 찾았다고 했더니 자기네 사는 곳에도 누가 가방을 잃어 버렸는데

쫓아갔더니 벌써 산쪽으로 도망간 후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방만 훔쳐가는 일이 생긴다고 했다.

덥더라도 현관문을 열지 말고 차라리 선풍기를 틀어 놓으라고 조언을 해준다.

거풍시키느라고 양복을 건조대에 주욱 내어 놓았었는데

위험하게도 현관문안으로 마루까지 들어와서 뒤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등산바지와 조끼도 주방 식탁의자에 걸쳐 놓았었는데

마루바닥에 놓여 있어서 올려 놓으면서 흙이 마루에 있길래

바지에서 떨어진 것이려니 했었는데 그 때 이미 배낭은 없어진 것이었으리라.

바지와 조끼에 지갑을 찾으려고 한 것이 분명했다.

마침 다행스럽게 등산바지에 지갑을 넣어 두었다가

외출한다고 작은 바지에 옮겨 넣어서 그건 안방문 고리에 걸쳐 두었기에

화를 면했다.

집을 비운 적도 없고 안방에서 컴퓨터를 하느라고 도둑이 들어오는 소리도

못 들었었다니 참으로 희한한 상황이었다.

바로 등뒤에서 도둑이 옷을 뒤지고 배낭까지 가져 가도록 아무런 낌새도 못 채고

어쨌거나 웃기는 하루였다.

거참~

웃기는 도둑일세 그려.

바로 이 공간 하얀 벽 밑에 배낭을 두는데 갑자기 없어진 것이다.


4분후에 발견한 배낭. 집뒤 산으로 올라가는 곳에, 주택과 산의 사이 골목에 놓여 있었다.


저 모퉁이에 가방이 보인다. 거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