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습

홍은동의 여름날

바람처럼 구름처럼 2011. 7. 20. 00:09

장마후 이틀 정도 화창한 날씨를 유지하더니 드디어 가장 멀리 보이는 시계를 확보했다.

끈신(슬리퍼)하고 우산 수리맡긴 곳에 찾으러 갔다가 아직 안되어 집으로 왔다가 다시 가는데

홍제천 위로 문득 본 비봉이 그토록 가깝게 보일 줄이야. 바로 사진기를 들이댔다.


수리아저씨한테 드디어 잠깐 폭발했다.

오후 3시쯤 갔을 때에도 안되어 있어서 수리지 다 드리고 참았는데,

2시간 후에 오라시더니 약속을 안 지켰다.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한바탕 퍼붓고 나서 언제 오냐고 물으니 한시간 후에 오라고 하신다.

그 때 심정은 만약 한번 더 수리가 안되어 있으면 점포를 다 부숴놓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면 생각하니 성격을 누그러뜨려야 만수무강에 지장이 없기도 하고

동네에서 수리나 한다고 무시한 것도 있을 터이니 결국 나의 수양부족이었다.

이따가 가서 만약에 그 때도 안되어 있으면 그냥 내일 찾아 가든지 해야 겠다고 마음먹었다.

위의 사진은 왼쪽 오른쪽 아래에 모두 중심이 있는데 왼쪽이 좀 강렬하기 때문에

산만함을 어느 정도 잡아 주는 효과가 있다.


너무 맑은 하늘이었다.


속도 달랠 겸 홍지문쪽으로 주욱 걸어가다보니 고가도로밑으로 구름이 떠 있는 듯한

그림이 멋있었는데 사진은 별로다.


햐아~ 이건 정말 멋지다.


빛이 들어오는 깊이의 바닷속에서 물고기가 어디론지 가는 것 같지 않은가?


마침 반대편에서 잠자리가 날아가는 것이 잡혔다. 재미있네.


수리아저씨한테 다시 한시간반후에 가면서 전화를 해보니 고치느라고 고쳤는데

그게 그건지는 잘 모르겠다고 한다. 다시 열받으려다가 지하철에서 노인한테 반말로

고함친 놈과 다를 것도 없다 싶어서 참고, 가서 보고 안되었으면 다음날 가든지 해야겠다

생각을 했다.

이윽고 가보니, 어떤 건지도 모른다. 찾아보니 안 고쳐져있다.

그런데 마침 옆에 쭈그리고 앉아 계시던 다른 분이 주섬주섬 부속품들을 찾더니

자르고 끼우고 누르고 하면서 수리를 대충 해주셨다. 술내음이 나는데 내가 선불 안 낸 줄

아시고 대충 고친 채로 집에 가지고 가서 반창고(스카치테이프)를 붙이면 된다고 하셨다.

그러나 난 이미 돈을 지불했는데.......

주인아저씨한테 마무리 좀 해달라 했더니 강력접착제를 찾으시고 좀더 손을 보시는데

솔직히 내가 봐도 옆아저씨 술김에 한 것이라 제대로 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내가 보채는데도 그 아저씨를 뭐라 하지도 않고 잘 고쳤다고 칭찬을 하신다.

그러고도 한참을 만지면서 좀 더 손을 보시면서도 연신 잘 고쳤다고 하신다.

순간, 아~ 난 아직 멀었구나 하면서도 이 분은 타고난 품성이 천연덕스럽고 푸근하여

성질을 안 부리는데 난 왜 폭발적인 성격탓에 참다가 참다가 갑자기 폭발을 해서

인간수양이 잘 안되나? 억울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