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약초

행주기씨 묘역에서 서삼릉으로

바람처럼 구름처럼 2011. 10. 3. 22:24

짐 정리를 하다가 날이 너무 좋아서 또 마음이 설렜다.

의정부나 동두천쪽은 나중에 가기로 하고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원당에 행주기씨묘역이 있는데

그 쪽으로 해서 한번 돌아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도 숙주가 되는 참나무 그루터기들이 많은 것 같았다.

원당역에 내려 행주기씨묘역 안내판을 들여다 보는데

외국인이 와서 반 영어 반 우리말로, 나에게 영어를 하느냐고 물으면서

자기는 독일인인데 영어를 조금 한다고 했다.

우리 말도 조금 한다고 했고.

우리말을 상당히 잘하는 축에 들었다.

지난 금요일 전철에서 우연히 보고 궁금하여 와 봤다고 하면서

이 곳 묘소들이 보이던데 왕의 무덤인가? 물었다.

그게 아니고 행주기씨들의 선조 묘역이라고 답해 주었다.

그 때 종손인지 관리사무실 겸 집으로 사용하는 곳에 계시는 분인지

손녀 쯤 되는 아이와 아내와 함께 일을 하다가 오시는 듯 했는데

어떻게 왔느냐고 물으면서 나한테 외국인과 동행이냐고 하신다.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나는 구경을 좀 하겠다고 했더니 천천히 돌아 보면서

구경하라고 했다.

부담없이 돌아 보면서 버섯이 보이면 따리라 마음먹고 출발하는데

주인할배의 영어실력이 나 보다 훨씬 낫다.

발음도 좋고, 영어교사거나 외국계 회사에라도 취직을 했었거나

그도 아니면 미군부대에서라도 근무했을 정도의 실력인 듯 했다.

작년에도 찾아보니 시월에 찾았던 곳이다.

이 곳을 들르면서, 옛친구의 좌파성향 혹은 브루스 커밍스라는 반한성향의 학자가

주장하는 것을 답습한 친구라서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정도인 내 마음을

어느 정도는 추스릴 수 있었다.


덕양서원에 정암 조광조와 추변(?) 정ㅇㅇ 두 분을 모신 사당이 있다.

덕의사라고 써 있는 건물이 그 것인 듯 했다.


덕양재 이며 행주기씨의 터전인데, 행주산성의 최고봉 덕양산(서울 외사산의 하나)이

모두 관련있는 지명인데 행주산성은 5호선을 타고 강서로 갔었고, 이 쪽은 3호선 자락인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상관관계를 모르겠구나.

(구나....라는 어미를 보니, 갑자기 또 서울사람들의 발음이 문제라는 생각이 떠 오른다.

서울사람들의 말을 표준말로 한 것을 수정해야 할 때가 왔다. 옛 문헌을 보면 하였고나 하는

것이 보이고, 쌍동이를 쌍둥이로 바꾸고, 삼촌을 삼춘으로 발음하고, 장이를 쟁이로 발음하고,

거지를 그지로 발음하는 형태는 아주 바람직하지 못한 것이다. 이건 입을 많이 벌리지 않거나 좀 삐죽거리면서 얘기하는 것으로 여자의 애교발음 같은 것이다. 발음에 따라서 사고

방식도 따라가지 않는가 걱정될 정도다. 특히나 서울학생들이 욕을 많이 하고 삐딱하고

너무 분별없이 행동하는 것도 나만의 생각이지만, 이러한 빈정거리고 입을 정석대로 크게

벌리는 발음으로 가지 않고 작게 벌리면서 상대방에게 나의 모든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복화술 쓰는 사람들처럼 되는 것이 문제다. 웃긴다 라고 발음해야 할 것을 웃기다 라고

한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인가? 국어를 이토록 망치고 있다니.....고저장단음의 차이가

있는 것도 전혀 모르는 것이 서울발음이다. 다만 서울발음은 듣기에는 상당히 부드럽고

애교가 넘친다. 그건 부드러울 때의 애교이지 요즘처럼 거칠게 바뀌어 가는 세상에는

빈정거리는 느낌이 되고 반항적이고, 부정적이 된다. 생각도 따라갈까 정말 걱정이다)


이게 황갈색구름버섯일까?




참나무 그루터기에서 발견한 버섯인데 영지버섯처럼 자루(대)가 있어서

아까시재목버섯은 아니고 뭔지 모르겠다. 약용버섯인 것은 틀림없고

어디서 본 것도 같은데 네이버의 버섯도감으로 확인을 해봐야 하겠다.








운지버섯


행주기씨의 묘역들을 구경하면서 넘어가니 밀성박씨의 묘역이 나타났는데

거기는 쑥이 한창이다. 봄으로 착각을 한 모양이다.


숲속을 헤치면서 다니는데 웬 구절초가 쓸쓸히 4송이 피어있다.


구름(운지)버섯이 너무 딱딱하고 세게 붙어 있어서 떼기가 힘들어서 좀 뜯다가 포기


아까시재목버섯이 땅에서 솟은 건 처음 봤다.

아무래도 뿌리가 뻗어 갔거나 가지가 있는 모양이다.

뿌리는 짐작을 했었는데 가지가 떨어져 있었을 것이라는 건, 네이버 약초천국에 문의

했더니, 거기에서 혹시 가지가 땅속에 있지는 않았느냐고 되물어와서 짐작을 한 내용이다.



약 2시간에 걸쳐 살펴본 행주기씨와 밀성박씨의 묘역구경을 마치고 떠나면서


그런데 지하철이 지나가는 철길 건너편으로 오니 여기도 행주기씨의 묘역이 있었다.

진작 알고 있던 것이긴 하다.

기응세 선생의 묘소. 기준 선생의 손자이며 효자로 정려되었다고 한다.

아들 자헌이 영의정이 되었다.



대제학 기준 선생의 묘

이 분을 여기에서는 높이 모시고 있었다. 기묘사화때 교살이 되셨다.

퇴계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4단7정론을 설파한 고봉 기대승의 선조되시는 것 같다.

아까 우연히 만났던 독일사람도 퇴계를 알고 있었다.

문인석, 석양, 석사자, 석등이 화려하다.


길을 걷다가 문득 산너머로 가는 길이 나와서 무작정 넘으니

죽은 참나무들이 많이 보여서 혹시나 영지버섯이 있을까 하고 살펴 보며 걷는데

말벌들이 집을 짓는지 분주하다.

약초천국에는 말벌을 몽땅 술담그신 분이 계시던데........


어쩌다 고양누리길이 눈에 띄어서 따라 걷는다.

시간이 벌써 해질녘인데도 무작정.......그래서 나중에 고생한다. 늘 그랬듯이


수역이 마을은 물이 많아서 수역이라고 불리웠고, 줄여서 쇄기마을이라고 한단다.

원당역과 삼송역 사이에 있는 큰 마을이다. 평범한 농촌마을에서 식당들이 들어 차면서

덕양지역의 유명한 먹을거리촌이라고 하네.

이 거소 제법 잘 생긴 버섯인데 잘 몰라서 그냥 사진만 찍어 왔다.


한국스카우트연맹의 중앙훈련원도 정문을 사진에 담아 보고


넘어 온 수역이마을을 뒤돌아 보며


인종과 인성왕후의 묘가 효릉이다. 단일지역으로는 조선시대의 왕실묘가 가장 많은 곳이

이 곳 서삼릉이라고 한다. 연속극 "이산"으로 유명한 영조의 후궁 성송연의 무덤도

여기에 있단다. 그런데 더 많은 왕실의 묘와 태실은 일제강점기때 옮겨온 것이라고 한다.

정말 엄청나게 크다. 걸어도 계속 이어진다.


황화코스모스가 황혼에 물들다.


바글바글 거리는 서삼릉 보리밥집. 시끄럽고 복잡한 것은 질색이다.

음식은 거의 다 맛이 있기 때문에 특별히 맛집이라고 찾아가지 않는데

보통 사람들은 저런 것에 열광한다.


황금들판 너머로 서삼릉이 이어진다.


이 화려한 간판위에 전철역 이정표가 보인다.


서삼릉이정표가 보인다.


희릉, 효릉 예릉의 서삼릉이 있다. 서오릉 중에 3기가 여기 있는 줄 알았더니 아니네.


광개토대왕의 비문 사진찍다가 041번 마을버스를 놓쳤다.

보이지도 않는데


약 올라서 걷다가 한 정류장 걸어 와서 농협대학에서 잠시 머물다 또 길을 간다.


어두울 때 조명이 터지니 물방울 같은 것이 보인다. 뭘까? 이슬방울인가?


외계인 침공 같다.

맞은 편에 아파트공사현장이 있다.

아마 저 굴을 지나 아파트 옆으로 큰 길이 나는 것 같다.

방향상으로는 구파발이던데.......


이 사진을 찍는데 041번이 다가와서 선다. 버스정류장이었나? 아니면 시골길이라서 세워준

것인가? 아무튼 기분이 좋았다. 그걸 타고 삼송역으로 왔다. 원당역과 삼송역이 한 정류장

인데 그 사이에 별 게 다 존재한다. 긴 한 구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