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 동문회 8월 정기산행
여러 번의 사전답사가 있었고 유달리 많은 의견이 오고 간
8월 동문회 정기산행이 20일날 있었다.
이번에는 좀 색다르게 계곡에서 짜장면을 시켜 먹는 게 어떻겠느냐는
동기인 등반대장의 제언이 있었고 사전답사때 그것까지 다 해봤었다.
장소와 탐방경로도 몇번 바뀌었다가 최종적으로 도봉산 윗무수골로
정하고 북한산둘레길 도봉옛길 구간을 탐방하기로 확정을 했었다.
많은 인원이 움직이는데다가 다른 때 처럼 도시락을 준비해오는 것이
아니라 중국집에 시켜먹는 것이다 보니, 술과 안주도 신경을 써야 했다.
더구나 부침개가 막걸리 안주로 좋겠다는 선배의 얘기에 그 부분도
마련이 되어야 할테고. 안주거리에 대한 논의도 페이스북에서 이루어지다가
선발대 5명을 뽑아서 알아서 하기로 한 내가 논의를 중지시키고 알아서
하겠노라고 했다.
그러나 선발대에 포함시켰던 선배 두분이 6시30분에 도봉산역에서
만나 정상에 올랐다가 내려 오겠다고 해서 일이 틀어지나 생각하고선
나머지 3명이 알아서 하면 되겠지 햇는데 후배 1명도 일이 있어서
못 나온다고 연락이 뒤늦게 왔다.
갑자기 사전준비가 엉망이 되게 생겼다.
둘 밖에 없어서는, 물가자리를 지키는 것도 부담이다.
무수골에서 윗무수골에 이르는 곳은 마지막 여름을 즐기기 위한
행락객들이 무진장 붐빌 것이기 때문이다.
홀로 이 지역을 답사했던 선배님의 말씀도 뒷풀이 장소를
무수골로 해서는 안되겠다고 해서 다락원쪽으로 했다가
선발대가 자리를 지키는 걸로 하고 다시 윗무수골로 변경한 터였다.
짐을 나르기 위해서는 이동수단도 필요했는데 합류를 예상했던
선배 둘이 빠지는 통에 이건 영 아주 엉망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전날 만난 선배님 말씀이 도봉산 정상갔다가
10시 30분경에 하산하면 그 때 우리쪽으로 합류하겠다고 해서 안심을 했다.
그러려면 차라리 차를 아예 뒷풀이 장소에 까지 가져다 놓고
오르면 나중에 내려와서 바로 장보러 갈 수 있으니 좋지 않겠느냐고 말씀을
드렸고 준비의 가닥을 잡아 갔다.
당일 날 아침, 혹시나 해서 후배 2명한테 연락을 했더니
양래는 괜찮은데 복민이 소식 깜깜이다. 못 올 수도 있고 오면서 잘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햇는데 복민은 양래와 내가 만나서 한참을 걸은 후에야 못 온다고 연락이 왔다.
약속시간에서 10분을 지각하여 도봉산역 공영주차장에 도착을 했고 먼저와서
기다리던 양래와 만나 선발대가 우선 정기산행의 경로를 걸었다.
예상보다 너무 일찍 끝난 바람에 몇번의 답사가 무색했는데 아무래도 답사할 때에는
이것저것 살피고 사진도 찍고 하니 더 더뎌질 수 밖에 없는데 그래도 차이가 많이 났다.
뒷풀이 장소에 예상도착시간을 9시 30분으로 잡았는데 30분이 당겨 졌다.
다시 한번 양래의 검증을 받아가며 물가자리에 진을 칠 계획에 돌입했다.
윗무수골 제일 아랫쪽, 처음 답사갔을 때 마음 속으로 정해 놓은 곳인데
거기가 좋겠다고 양래가 말하길래, 물이 적어서 안 좋다고 하자
까다롭게 군다고 타박을 하더니, 그 위에 더 오붓한 곳은 지 놈이 지대가 높아
불안정하다고 한다. 나나 저나 까다롭기는 막상막하다.
완벽한 곳은 없었으나, 산악회장과 등반대장 그리고 나 이렇게 세 사람이
답사할 때의 장소 중 하나에 정착을 하고선, 자리지키는 준비와 앞으로의 계획 들에
대하여 얘기를 나누고 있어도 시간은 잘 가지를 않았다.
거기다가 일찍 일어 났으니 둘다 피곤한데 돗자리 같은 것은 없으니 누울 수도 없고
모기향 두 개 피워 놓아도 소용이 크지는 않은 것 같고.
그럭저럭 시간이 흘러 11시가 다 되어서야 본대에서 연락이 온다.
양래가 통화를 하고 문자를 주고 받는데, 11명이 출발한단다.
그런데 우리쪽으로 온다던 선배 두 분을 포함해서의 인원이라는데
친절하게 인원을 계산해 준 것인지 거기서 선발대 선배 두 분도 합류를 했다는 소린지
불투명해서 의아해 하는데 양래가 확인을 해보라고 한다.
성철형은 연락이 안된다. 이상하네. 우리쪽으로 합류하시기로 한 예정시간보다
30분이나 지났는데 아무런 연락도 없이 그리로 가셨단 말인가? 그럴 리가 없는데
이번엔 경우형한테 연락을 해보니 연결이 된다. 아이고 이런 낭패가 있단 말인가?
그 쪽으로 하산해서 합류를 하셨단다. 전 날 얘기가 충분히 오고가지 않았던가?
성철형이 전화를 바꾸어서는 혼자서 일찍 걸어 와서는 장을 보러 차를 가지고 가겠다고
한다. 일찍 와봐야 어차피 큰 차이도 안 날 시간인데.....
일단 성철형한테는 쉬지 말고 빨리 오라고 말씀드리고선 양래한테 준비를 시켰다.
성철형이 와서 더 사더라도 일단은 막걸리 몇 통하고 돗자리 2개 그리고 혹시라도
본대가 중간에 점심을 먹으면서 쉬어 버리면 우리만 곤란하니 김밥이든 감자든
살 수 있으면 사라고 하고 혼자서 보냈다. 선발대가 일그러지니 모든 게 힘이 든다.
생각보다 나가는 곳이 멀어서 양래가 연락이 온다.
아직도 가는 중이라고.
그렇게 해서는 정말 곤란한데 어떻게 하나? 하는 중에 성철형님 연락이 온다.
45분만에 구간을 돌파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오셨네. 보통 1시간에서 1시간 10분은
걸리는 구간인데........
양래를 미리 보냈음을 말씀드리고 만나서 장을 보시면 된다고 알려 드렸다.
좀 가벼운 마음으로 본대를 맞이했고, 이젠 장보러 간 사람들 오기만 기다리며
간단히 준비된 음식들을 먹는데 이건 또 무슨 문제인가?
한시간이 넘어도 장보러 간 분들이 오지를 않는다.
혼자서 생각을 했다. 귀찮은 걸 싫어해서 알뜰하게 준비를 잘 못하는 양래의 성격상
이렇게 오래 끌리는 없고, 분명히 성철형님이 전을 사려고 헤매는 중일 것이라고
예상을 하고선 전화를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틀림이 없었다.
중간에 걸음이 느리다고 성철형을 따라서 빨리 걷던 승호형과 상곤이 처도 행방불명.
연락을 해서 내가 마중을 나갔는데 기다리기로 한 장소에 보이지 않아 계속해서
더 걸어 무수골로 가다가 이상하다 싶어서 거슬러 가니 약속장소에 그제서야 보인다.
역시나 서로가 전화로 얘기를 할 때에는 있는 사실 그대로 해야지 서로가 상대방을
배려한다고 예상하는 혹은 추측하는 얘기를 해 버리면 반드시 어긋나게 되어 있다.
현재 위치를 물었을 때에 내가 생각할 때는 1분도 안 걸리는 거린데, 상대방은 일일이
설명하기가 힘드니 이미 계곡안으로 들어와 있었음에도 엉뚱한 장소를 얘기해서
잠시 길이 어긋났던 것이다.
우여곡절끝에 모든 인원이 합류를 하고 드디어 8월 정기산행의 묘미와 낭만을 한껏
즐기며 많지 않은 14명의 인원이 오붓하게 하루를 보낸 날이었다.
마지막에 마무리하고 귀가하는 중에, 다른 이들(몇 분인지는 모르겠네)이
창동 한영형님의 가게로 가서 나를 기다렸던 모양이다. 하도 안 오니 연락이 왔는데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였기도 하거니와 너무 피곤해서 거리에 드러눕고만 싶은
심정이라서 그냥 집으로 왔다.
집을 오르는 칠십계단이 너무나 힘들고 먼 하루였다.
지금도 발바닥의 뼈와 무릎은, 연 이틀 계속되는 강행군에 지쳐서 괴롭다.
이 날 보다는 주금산을 올랐던 바위산 다산길의 행보가 힘들었던 탓이리라.
7시 50분에 도봉사역 공영주차장에서 출발하여 8시 2분에 도봉옛길 시작점에 도착
도봉옛길 구간은 장애인을 위한 전동의자(휠체어) 탐방로와 전망대가 있어서 좋다.
이게 뭐냐고 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작은 배려에도 기뻐할 장애인들에 대한 마음이
나타나 있어서 좋은 건 좋은 것이다. 세상을 늘 삐딱하고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을
볼 때는 안타깝기도 하고 한 대 패 주고 싶기도 하다.
아래 사진은 조명을 끈 것인데, 멀리 경치가 보인다.
양래 전신도 잡아 주고
한시간이 안 되어서 무수골 도봉옛길 종착점까지 왔다.
중국음식 시켜 먹는 것에 대하여 귀찮아 하는 양래는 이 지점 왼쪽에 있는 식당을
가리키며 저기 좋은데 뭐 머리 아프게 음식을 시켜 먹느냐고 푸념이다.
그 놈 참 잠이 덜 깬 모양이구만.
그토록 페이스북이나 네이버 동문카페에 이 날을 위하여 답사를 하고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댄 것에 대하여 산악회 재정총무라는 놈이 엉뚱한 소리를 하다니
당시는 몰랐는데 지금 가만 생각하니 한 대 맞아야 할 소리를 했구만.
어쨌거나 이 친구라도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
현직이가 준 저 그늘막은 아마 이십년 넘은 것 같은데 처음으로 꺼내서 펼쳐 보았다.
자리를 잡아야 했으므로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저 것이 안성마춤이라고 생각이 되었었다.
처음 쳐 보는 것이라 서툴렀는데, 시간많은데 천천히 치자고 양래가 말했다.
무수골에 도착한 시간이 9시 조금 넘었고 물가자리 봐둔 곳에 진을 치고 마무리 한 시간이
10시이니 한시간을 소비했다. 엄청나게 시간을 끌어도 아직 본진이 도착하려면 3시간을
있어야 한다.
이건 무슨 버섯일까? 네이버 [약초천국]에 문의를 해놓았다.
중간에 막걸리휴식없이 달려온 본진. 12시 10분에 도착. 엄청나게 빨리 달렸네.
방형이 아들 준원이 목욕하고선 바지를 입고 있다.
상곤이 처가 도착하고, 내가 사진을 찍는 걸 알고선 부끄러워 하는 사진(아래)
단체사진을 따로 찍지를 않았던 것 같다.
본진이 오면서 급히 오느라고 거기에서 안 찍었으니 단체로 정렬해서 찍은 것도 없고 하니
이 것을 8월 정기산행의 단체사진으로 정하면 되겠다.
성철형님이 가져온 홍어삭힌 것에다가 형수님이 준비해 주신 나물하고 초장을 섞어서
종원이가 버무려 내놓은 홍어무침은 아주 별미였다. 침이 고인다.
상곤이가 계곡으로 가서 마시자고 하여 일부는 계곡으로이동
재식이는 뻗었다. 포기김치가 맛있었는데 옆에 놓여 있는 것이 아주 탐스럽다.
그래도 계곡에는 술잔치가 이어지고
경우 형 발이 시원했겠네
재식이는 세상 모르고 자고
이젠 벌써 많은 인원이 옮겨갔네
자상한 분위기 연출이 필요하다는 이상곤
이번엔 양래가 잠대열에 합류하고 다음엔 재식이 일어나고 경우형이 합류
의견이 분분했으나 왜 기다리는 중국집 배달을 안 시켜 주느냐는 항의를 접하고
신청자를 받았는데 침묵하던 자(?)들이 들이대는 바람에 모자랐다.
재식이 반성해라.
그런데 내가 분명히 한 그릇을 더 시켰는데 그래도 모자란 걸 보니 또 한 사람이
신청없이 들이댄 모양이다.
덕분(?)에 경우형은 얻어 먹는 신세가 되었다. 그릇도 조그만 한 것을 들고선
상곤이 처 요가하는 걸 누가 찍으라고 했는데 본인은 한사코 손사래를 친다.
이미 찍었는데 뭘
탕수육도 시키라는 화영이의 엄명에 돈은 니가 내라 하고 시킨 탕수육만 남아 있다.
내 저럴 줄 알았지.
그런데 본대가 머물던 그늘막을 양래가 걷어 버렸다.
우리가 계곡에서 취해가는 사이에 떠날 준비를 한 것이다. 나야 편하지. 몸이 서서히
녹아 내렸는데 거들어 주다니.
홍어무침이 물에 젖어서 계곡 뒷산에 버렸더니 양래와 상곤처가 난리다.
흙으로 묻어 줬다. 잘 썩을 것이다.
양래 놈 나보다 더 잘 버리는 놈이 괜히 말이야. ㅋㅋㅋ
그러고 보니 창수도 멀리 인천에서 왔었구나.
남은 김치와 홍어무침은 아마 나는 불참했으나 창동 한영형님 가게에서
소비가 되었으리라. 그러고 보니 한영형님이 계속해서 가게로 가자고 하시던 말씀이
이제 기억나네.
약 4시간 20분을 머물렀던 곳을 떠난다.
희미한 그림이나, 저 계곡과 너른 좌석 그리고 중국집에서 당부한
빈 그릇을 담아 놓은 봉다리가 깔끔한 여운을 남긴다.
저기 신문수송 트럭이 운전사가 있더만 저렇게 버티고 있는 바람에 온통 난리다.
이 시간에 들어가는 차는 뭐야? 여름이니까 해가 길다는 건가?
아랫동네에까지 여파가 미친다.
다들 지쳐 마을버스 타고 나가자는데 길이 꽉 막혔는데 무슨 마을버스가 나오길 기다리나?
난 그냥 걸어서 전철역까지 가고
탑골공원앞엔 광복절날의 태극기가 아직도 펄럭인다.
늘 태극기는 가슴을 뭉클하게 해준다.
전철타고 나오면서 졸다가 종로3가역을 지나쳐서 3호선 환승을 못하고
비몽사몽간에 종각으로 올라와서 버스를 탔는데 어째 창밖 풍경이 이상하다.
거꾸로 달리고 있다. 퍼뜩 내려서 다시 횡단보도를 건넌 곳이 바로 이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