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同期와 딜쿠샤 내부 구경과 청운동에서 백사실 계곡까지
동문들과의 술자리로 볕이 얼굴을 때리고서야 자리에서 일어 났다.
나처럼 퇴사한 입사동기한테서 연락이 왔다.
영등포에 있으니 같이 점심을 하자고 한다.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나니
식전인데다가 속도 쓰린데 2시간 정도는 참아야 할 시간이라
그제서야 곤란한 상황임을 깨닫게 된다.
벌써 10시 30분쯤 된 시간이었던지라, 밥을 조금이라도 먹게 되면
점심밥은 의미가 없게 된다.
감자국을 조금 데워서 속만 좀 달래고선 나갔다.
이 친구는 나보다 네살이나 많은데 어쩌다가 말을 트게 되어서
좀 웃기는 사이다.
이 양반이 여러 사람들을 자주 만나고 하지 않으니
호칭때문에 서로 곤란한 경우는 아직 보지는 못했으나,
형으로 불러 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직공원근처에 유명한 청국장집이 있다고 해서
마침 그 근처에서 만나기로 한 터이니 가 볼 만한 상황이었다.
명불허전, 가정집을 좀 터서 식당으로 하는데
손님이 미어 터진다. 이 구멍 저 구멍에서 사람들이
들락거리고 합석은 기본이다.
옆사람들은 두부찌게를 시켜서 먹는데 냄새가 아주 맛있게
유혹한다.
우리 동기 하는 말이 "아~ 두부를 먹을 걸 그랬구나"할 정도였다.
나도 다음엔 복잡한 점심시간을 피해서 좀 늦게 가서
두부찌게를 먹어봐야 하겠다.
가격을 물어보지 않았네.
서울성곽은 여러 번 다녔던 지라 길이 제법 훤하다.
인도어로 행복한 마음 이라는 뜻을 가진 딜쿠샤와 권율장군의 집터를
우선 들렀다가 청운공원으로 해서 백사실계곡으로 가기로 했다.
신사임당 상 앞에서 기다리던 동기를 사직동동사무소쪽으로 불러서
청국장집으로 가려는 시점이다.
지난 번 촬영한 것이 잘려서, 이번엔 다시 딜쿠샤 담의 글을 확실하게 담았다.
그러나 역시 사진이 정교하지 않아서 작은 글씨는 잘 보이지 않는다.
큰 글씨는 딜쿠샤 1923이다. 이 집이 지어진 연도이다.
현관을 통해서 2층으로 올라가 보았다.
서울시 소유의 이 주택엔 무연고의 16세대가 산다고 했다.
재미있는 상황이다.
이 사람들도 비우라고 하면 시위하고 그럴려나? 그건 정말 적반하장인데
1층으로 내려 오는 곳에 화장실이 있고
마루바닥이 옛집임을 알도록 한다.
UPI통신의 특파원으로 우리나라 땅에 왔던 앨버트 테일러(?)가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다가, 서대문형무소에 갇혔을 때
부인은 이 건물 2층에서 운동나온 남편을 바라보며 애타는 마음을 달래야 했다.
1층에 집들은 살림집 태가 난다. 2층과 1층 현관안의 거주자들은 거의 잠만 자는 곳으로
이용하는 듯했다.
종이에 쓴 걸 읽어 보니, 신발신은 채 집안으로 들어갈 경우(탐방객들), 욕먹을 각오하고
벌금도 물릴 것이라고 한다.
무섭네~
위의 사진들이 신발벗고 저 계단을 올라서 2층을 찍었었는데
2층복도는 볕이 잘 들지 않아서 어둡다.
지금은 주변에 공동주택(아파트)들이 들어서 에워싸고 있는데
당시에는 이 언덕에서 저 멀리 아래쪽의 서대문형무소를 내려다 볼 수 있었던 갑다.
옥인동 뒷산으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기념촬영
이건 흔들려 버렸네........
호젓한 길의 출렁다리가 명물인데 사람들은 근처 주민외에는 잘 몰라서 조용하다.
윤동주시인의 언덕으로 해서 부암동 커피프린스1호점 촬영지 산모퉁이카페를 지나
백사실계곡으로 가본다.
인왕산자락을 돌아서 창의문을 지나 부암동의 백석동천으로 내려 왔다.
여기까지 오면서 약용버섯얘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이 친구도 버섯에 솔깃해 했는데
백사실계곡으로 가려고 이항복 대감의 집터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 받다가
이 친구 말이 "저건 무슨 버섯이 저렇게 많이 달렸지?"하는데 돌아 보니
아주 깨끗하고 큰 구름버섯(雲芝)이 수북히 달려 있었다.
둘이 가서 정신없이 땄다. 마침 밟고 높이 올라 갈 수 있도록 나무가 생겨 있어서
높은 곳의 것 까지 몽땅 따고 나니 3봉지 가득 분량이다.
나는 종이봉투에 가득 담아 오고 이 친구는 검은 비닐 봉지와 흰 봉지에 담아서 갔다.
예전에 강장음료중에 운지천이라는 것도 있었다고 운지를 발견한 것에 대하여
기뻐하여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홍제천이 복원되고 막혀 있던 천변 산책로도 단장을 해서 개방이 된 상태라서
기념으로 찍어 봤다.
옥천암까지 걸어 가서 보도로 올라가 귀가.
집 옥상에서 이리저리 본 제트기 꽁무니에서 나온 증기가 구름을 이루었다.
전봇대 위로 내려 앉을까?
22일날 손질하고 어두워서 다시 하루가 지난, 3일날 버섯을 말렸다.
날이 흐려서 바짝 마르지는 않은 듯 하여 개운하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