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곽

입사同期와 딜쿠샤 내부 구경과 청운동에서 백사실 계곡까지

바람처럼 구름처럼 2011. 10. 20. 20:09

동문들과의 술자리로 볕이 얼굴을 때리고서야 자리에서 일어 났다.

나처럼 퇴사한 입사동기한테서 연락이 왔다.

영등포에 있으니 같이 점심을 하자고 한다.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나니

식전인데다가 속도 쓰린데 2시간 정도는 참아야 할 시간이라

그제서야 곤란한 상황임을 깨닫게 된다.

벌써 10시 30분쯤 된 시간이었던지라, 밥을 조금이라도 먹게 되면

점심밥은 의미가 없게 된다.

감자국을 조금 데워서 속만 좀 달래고선 나갔다.

이 친구는 나보다 네살이나 많은데 어쩌다가 말을 트게 되어서

좀 웃기는 사이다.

이 양반이 여러 사람들을 자주 만나고 하지 않으니

호칭때문에 서로 곤란한 경우는 아직 보지는 못했으나,

형으로 불러 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직공원근처에 유명한 청국장집이 있다고 해서

마침 그 근처에서 만나기로 한 터이니 가 볼 만한 상황이었다.

명불허전, 가정집을 좀 터서 식당으로 하는데

손님이 미어 터진다. 이 구멍 저 구멍에서 사람들이

들락거리고 합석은 기본이다.

옆사람들은 두부찌게를 시켜서 먹는데 냄새가 아주 맛있게

유혹한다.

우리 동기 하는 말이 "아~ 두부를 먹을 걸 그랬구나"할 정도였다.

나도 다음엔 복잡한 점심시간을 피해서 좀 늦게 가서

두부찌게를 먹어봐야 하겠다.

가격을 물어보지 않았네.

서울성곽은 여러 번 다녔던 지라 길이 제법 훤하다.

인도어로 행복한 마음 이라는 뜻을 가진 딜쿠샤와 권율장군의 집터를

우선 들렀다가 청운공원으로 해서 백사실계곡으로 가기로 했다.

신사임당 상 앞에서 기다리던 동기를 사직동동사무소쪽으로 불러서

청국장집으로 가려는 시점이다.


지난 번 촬영한 것이 잘려서, 이번엔 다시 딜쿠샤 담의 글을 확실하게 담았다.

그러나 역시 사진이 정교하지 않아서 작은 글씨는 잘 보이지 않는다.

큰 글씨는 딜쿠샤 1923이다. 이 집이 지어진 연도이다.


현관을 통해서 2층으로 올라가 보았다.

서울시 소유의 이 주택엔 무연고의 16세대가 산다고 했다.

재미있는 상황이다.

이 사람들도 비우라고 하면 시위하고 그럴려나? 그건 정말 적반하장인데


1층으로 내려 오는 곳에 화장실이 있고


마루바닥이 옛집임을 알도록 한다.

UPI통신의 특파원으로 우리나라 땅에 왔던 앨버트 테일러(?)가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다가, 서대문형무소에 갇혔을 때

부인은 이 건물 2층에서 운동나온 남편을 바라보며 애타는 마음을 달래야 했다.


1층에 집들은 살림집 태가 난다. 2층과 1층 현관안의 거주자들은 거의 잠만 자는 곳으로

이용하는 듯했다.


종이에 쓴 걸 읽어 보니, 신발신은 채 집안으로 들어갈 경우(탐방객들), 욕먹을 각오하고

벌금도 물릴 것이라고 한다.

무섭네~


위의 사진들이 신발벗고 저 계단을 올라서 2층을 찍었었는데

2층복도는 볕이 잘 들지 않아서 어둡다.


지금은 주변에 공동주택(아파트)들이 들어서 에워싸고 있는데

당시에는 이 언덕에서 저 멀리 아래쪽의 서대문형무소를 내려다 볼 수 있었던 갑다.


옥인동 뒷산으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기념촬영


이건 흔들려 버렸네........

호젓한 길의 출렁다리가 명물인데 사람들은 근처 주민외에는 잘 몰라서 조용하다.


윤동주시인의 언덕으로 해서 부암동 커피프린스1호점 촬영지 산모퉁이카페를 지나

백사실계곡으로 가본다.

인왕산자락을 돌아서 창의문을 지나 부암동의 백석동천으로 내려 왔다.

여기까지 오면서 약용버섯얘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이 친구도 버섯에 솔깃해 했는데

백사실계곡으로 가려고 이항복 대감의 집터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 받다가

이 친구 말이 "저건 무슨 버섯이 저렇게 많이 달렸지?"하는데 돌아 보니

아주 깨끗하고 큰 구름버섯(雲芝)이 수북히 달려 있었다.

둘이 가서 정신없이 땄다. 마침 밟고 높이 올라 갈 수 있도록 나무가 생겨 있어서

높은 곳의 것 까지 몽땅 따고 나니 3봉지 가득 분량이다.

나는 종이봉투에 가득 담아 오고 이 친구는 검은 비닐 봉지와 흰 봉지에 담아서 갔다.

예전에 강장음료중에 운지천이라는 것도 있었다고 운지를 발견한 것에 대하여

기뻐하여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홍제천이 복원되고 막혀 있던 천변 산책로도 단장을 해서 개방이 된 상태라서

기념으로 찍어 봤다.

옥천암까지 걸어 가서 보도로 올라가 귀가.


집 옥상에서 이리저리 본 제트기 꽁무니에서 나온 증기가 구름을 이루었다.


전봇대 위로 내려 앉을까?

22일날 손질하고 어두워서 다시 하루가 지난, 3일날 버섯을 말렸다.

날이 흐려서 바짝 마르지는 않은 듯 하여 개운하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