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둘레길

순례길 2차 탐방(2010. 9. 5.)

바람처럼 구름처럼 2010. 10. 24. 13:05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온다더니 화창하기만 하다.

채비를 하고 나서는데 약간 불안하기는 한 것이

하늘이 검다.

급기야 도착지인 우이동에 내리는데 비가 내리치기 시작한다.

사람들 틈에 끼여 비를 피해 보는데 그칠 기미가 없어

어떡하나 궁리를 했다.

'그래 일단 가까운 연산군묘소와 정의공주 묘소 들렀다가

비 그치면 본격적으로 순례길 돌자'

그냥 우산 펼치고 길을 재촉했다.

연산군묘역 가는 길에 이젠 비가 숫제 퍼붓는다.

자동차들이 튕겨내는 물폭탄이 보도를 점령하는데

차라리 그 모습이 소리와 더불어 아름답다.

"꽈르릉 꽝! 짜장짱 따다다땅! 땅!"

바로 머리 위에서 터지는 천둥소리는 정말 겁나더라.

'가만 내가 지은 죄 만큼 다른 사람들도 그 정도는 죄 짓고 사는 사람 많겠지?'

하면서 목숨부지를 빌면서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긴다.

등이 축축하다.

반바지도 다 젖었고 등산화는 너무 무거워졌다.

조금 젖었을 때야 이리저리 피하지만 우산 속으로 뚝뚝뚝 떨어지는

빗물에 정신이 어지러우면 그냥 그대로 편하게 걷게 된다.

나처럼 폭우중에도 둘레길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이 꽤 많다.

비 맞으면 걷는 그 야릇한 흥분이 묘한 웃음도 만들어 낸다. 어쨌든.

길을 잘 못 들어서 도로로 나왔다가 정의공주(세종대왕 따님) 묘부터

들렀다가 다시 연산군묘를 찾아 들어갔다.

연산군.......

재실도 있다는데 거의 근처에 갔다가 그냥 나와 버렸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듯 해서 나왔는데..... 모레쯤 다시 가봐야겠다.

월요일은 휴관이니까.

연산군묘 앞에는 천년가까운 풍파를 견뎌온 은행나무도 장관이었고

파평윤씨들이 일가를 이루고 살았다는 인근 원당리의 샘도 아름다웠다.

손병희선생 묘소는 천도교의 교육원안에 있어서 원경으로 사진기에 담았고

이용문장군 묘소도 사유지라고 되어 있어 담치기해서 담아 왔는데

이 분 장남이 이건개씨라고 슬롯머신 때 옷 벗었던가 하는 사람이더라.

이용문장군은 박정희대통령과 의기투합한 인물이던데 평가가 갈리다보니

묘소참배를 통제하는 것 같았다.

몽양 여운형선생 묘소도 문이 닫혀 있어서 멀리서 찍었는데 제대로 안 보인다.

현제명선생과 엄상섭선생묘소는 몇번 둘러봐도 못 찾겠더라.

화요일날 연산군묘소 갈 때에 다시 가서 4.19.묘역 안내실에 가서 물어봐야 하겠다.

둘레길의 순례길 안내도에도 이 분들에 대해서는 안내가 없고

애국지사 묘역안내도라는 다른 곳에는 나와 있는데, 찾기가 쉽지 않고

참배도 수월치 않으니 "지형안내도"에서 빠진 것 같다.

힘이 딸려서 조병옥박사와 오상순선생 묘소는 못 갔다.

집으로 오는 길에 터덜터덜 걷다가 조병옥박사 묘소 입구를 발견했다.

다행이다. 다음에 쉽게 찾을 수 있겠다.

버스가 하도 오지 않아 오기로 걷다가 정말 무진장 걸었다.

어떻게 걸음을 옮겨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힘겹고 진이 다 빠진 날이었다.

그래도 연산군묘의 재실과 아직 돌아보지 못한 선인들의 묘소가 남아 있으니

행복하다.

북한산 둘레길은 추석 끝나고 대학동기 고등학교 후배들과 돌아볼 작정이다.

이번에 돌아본 순례길이 둘레길에 포함되어 있으니 다음엔 좀더 쉽겠지?

제일 위 왼쪽이 연산군의 묘

800년에서 천년정도 되었다는 은행나무.

연산군묘 바로 앞에 있다.

연산군묘와 정의공주 묘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데

그 도로나가는 샛길도로에 있는 삼겹살집.

비가 오는데 분위기 죽이더라.

아~ 동행만 있었으면 저기 앉아서 한잔 걸치고 갔을 것이다.

손병희선생 묘소는 굳게 문이 잠겨 있어서

원경으로만.

봉황각이라고 천도교교육원이 있던데

그리로 들어가면 될래나?

이용문장군의 묘

사유지인데 옆 담장 한쪽 끄트머리에 철조망이 걷혀 있어서

살짝 들어가서 혹시나 CCTV있을까 싶어 거의 도촬.

공식적으로는 이정표도 없고 정문도 잠겨 있는데

알아서 옆담치기 하라는 소린가?

이렇게 예쁜 길안내판이 계속해서 나를 반겨 준다.

웃기더라. 손병희선생묘소입구와 몽양선생 묘소 입구는

버스 다니는 간선도로에 커다란 돌표지석으로 세워놓고

정작 문은 닫혀 있어. 웃기는 사람들이야. 그래 안 보면 그만이지.

몽양 여운형선생 묘소.

봉분은 어디메 숨었노?

4.19.묘지 입구

김영삼대통령이 4.19.의거를 혁명으로 고쳐 부르게 하고

성역으로 잘 가꾸게 하였다네.

빈의자라는 추모시가 짧지만 가슴에 깊이 맺히던데

잘못 올렸네. 안 바꿀란다. 귀찮다.

상징문과 그 너머 커다란 기념탑.

멀어서 기념탑이 작아 보이네.

혜화여고 지붕 너머 북한산의 정상이 구름위로 솟았는데

멋있어서, 지친 몸에 불구하고 한 장면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