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습

김장김치 바닥나고 드디어 새 김치를 담그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2011. 6. 7. 11:35

작년 12월초 쯤인가 김장을 했으니, 거의 여섯달 만에 새김치 맛을 보는 셈이다.

일요일날 약초산행 가면서 김치 절인 걸 그대로 두었고, 어제도 피곤하여

그냥 자고 보일러도 틀었고 해서 김치 담그면서 무를 집어 먹으니 맛이 벌써 들었다.

절인 채로 냉장고에도 넣지 못하고 그냥 두었으니 제대로 숙성이 된 셈이다.

이건 뭐지? 잘된 건지 못된 건지 좀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두어달 전인가 분쇄기도 큰 걸로 장만을 했었고, 오늘 시운전 겸 김치작업

들어가니 그 기계도 영광이리라.

일단, 꽁꽁 묶어 두었던 절임배추며, 무를 올려 놓을 식탁,

쓰레기 더미를 연상케 하는 식탁을 싹 치워서 공간을 확보하고

분쇄기도 설명서 읽어 보며 만반의 준비를 한다.

작년 김장때 남은 생강, 꽁꽁 동여매어 냉장고에 넣어 둔 것도 꺼내 놓고

역시 작년 김장때 쓰고 남은 산초열매와 잎도 바싹 마른 걸 기분좋은 향을 맡으며 준비하고

멸치액젓 산 것도 눈앞에 보이게 해놓고

무도 채썰어 넣을 것 깎아 두고

찹쌀은 약한 불에 끓여서, 분쇄기 설명서대로30도 이하로 식히고

양파 껍질 벗겨, 껍질은 말려서 끓여 먹어야 하니 양파망에 넣어서 햇볕에다가 널고

찌꺼기는 고추심어 놓은 데 주고

쪽파 다듬어 놓은 것 봉지에서 해방시켜 주고

그저께 소요산가서 캐온 산마늘잎, 우산나물도 조금 가져온 것을 잊지 않았다.

그런 다음에

마늘, 양파, 쪽파뿌리, 산초, 산마늘, 우산나물을 분쇄기에 넣고 갈았다.

잘 갈리지가 않아서 좀 흔들어 주고, 순간분쇄-강-약 번갈아 가며 하다 보니

어느새 푸르죽죽한 즙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아뿔싸~!, 찹쌀풀을 넣지 않았다. 그래서 분쇄기에 남은 찌꺼기 씻어낼 용도로도

사용할 멸치액젓을 조금 넣고 찹쌀풀과 함께 갈았더니 그런대로 괜찮다.

그런데 또 아차! 생강을 갈지 않았다.

이건 너무 작은데........할 수 없이 작은 분쇄기 꺼내서 생강을 갈았다.

모두 한데 섞어서 모아 놓고 집에서 보내주신 고추가루를 섞으니 색깔이 그런대로 나왔다.

일단 부추는 반 정도는 그대로 김치속에 버무려 부추김치로 다른 그릇에 담아 내고

나머지는 잘게 썰어-사실은 가위로 그냥 자름-김치속에 보탰다.

나머지는 절인 배추 속 구석구석에 속이 배어 들도록 잘 버무렸다.

무를 먼저 버무려 보관통 한쪽으로 밀어 놓고, 통배추 4등분한 배추도 차근차근 버무려

통에다가 예쁘게 채워 넣었다.

큰 통에 배추와 무를 채워 넣고,

중간 위에는 통배추 4분의 1, 그것의 또 반 정도를 떼내어 금방 먹을 준비하고

중간 아래는 부추김치이고

오른쪽은 이따가 점심때 김치속 그릇에 남은 양념과 함께

반찬으로 먹을 김치 어린 잎 부분과 무 몇조각.

오늘은 이렇게 작은 행복으로 오전을 채운다.

..........

추가

아~ 이거 왼손은 맨손으로 오른손은 비닐 장갑을 꼈었는데,

양쪽 다 냄새가 배었고 왼손은 새김치 맛이 진동하여 침이 꼴깍.
냄새 없애려고 양말빨래까지 방금 했는데도 안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