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사라 페일린 전 미국 알라스카 주지사, 래리 서머스미국 하버드대 교수, 마이클 센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 누리에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 등 40개국, 글로벌 리더 200여 명이 지난 11~13일 서울 쉐라톤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제12회 세계지식포럼에서 한국사회에 `알토란` 같은 제안을 쏟아냈다. 올해 세계지식포럼이 내놓은 10대 핵심 메시지를 정리했다.
1. 글로벌 리더십을 복원하라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했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현재의 세계를 글로벌 리더십이 실종된 `G제로(0)'시대로 규정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G20국가들이 글로벌 공조를 통해 리더십을 발휘했지만 새로운 위기가 엄습하자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앞세우면서 지구촌에 리더십이 실종됐다는 지적이다. 그는 "안타깝게 국제 공조가 필요한 많은 영역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루비니는 "따라서 글로벌 리더십을 복원하는 것이 현재의 경제위기를 탈출 할 수 있는 해법"이라며 각국 지도자들에게 `글로벌 리더십의 복원'을 주문했다.
2. 돈 더 풀어 자신감 살려라
석학들은 각국 정부가 그동안 경기부양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새로운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또다른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경기부양만이 유일한 위기탈출의 해법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정지출 확대(인프라 건설), 감세 정책(소비 진작), 기업투자 촉진(고용 확대) 등의 새로운 `신성장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위기는 과도한 자신감에서 비롯됐지만 위기를 극복해내려면 더 큰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 정실 자본주의를 버려라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나섰던 세라 페일린 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는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가 미국을 망쳤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의 기업들이 그동안 연구개발(R&D)을 통해 혁신에 주력하기 보다 브로커에게 돈을 줘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혁신을 등한시 했다"며 "이것이 미국을 위기로 내몬 원인중의 하나였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추구 했던 `대형화(big)'의 전략이 바람직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그동안 큰 기업, 큰 정부를 추구한 결과 위기가 오자 위기 대처능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그는 좋은 조직이란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4. FTA에서 재도약 해법 찾아라
한미FTA가 미국 의회를 통과한 13일, 글로벌 통상 대표들은 세계지식포럼 현장에 있었다. 한미FTA를 진두지휘했던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삼성전자 사장)과 김종훈 현 본부장, 카렐 더휘흐트 EU 통상장관, 스트로스 탤벗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소장 등은 FTA가 위기에 처한 글로벌 경제를 재도약시킬 해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 민주당 싱크탱크 수장인 탤벗 소장은 "경제동맹은 한미 관계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새지평을 열어줄 것이다"고 평가했다. 일본 경제재정상을 지낸 다케나카 헤이조 게이오대학 교수는 "미국유럽과의 FTA로 한국의 경쟁력이 일본을 앞서게 됐다"고 밝혔다.
5. 시장 만능주의를 추방하라
월가는 물론 글로벌 사회는 왜 젊은이와 시민들의 분노를 일으켰나.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센델 하버드대 교수는 비(非)시장영역에까지 시장주의를 도입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시장 만능주의(market triumphalism)'가 실패해 시민들의 분노를 불렀다고 질타했다. 그는 세계경제는 지난 30년간 교육, 법률, 보건, 환경 등 비시장적 가치의 영역까지 시장원리를 도입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따라서 시장에 정의를 구현하려면 시장원리를 적용할 부분과 적용해선 안될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를 돈으로 사도록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6. 아이들 자유-창의-행복에 신경써라
`타이거 맘'열풍을 일으켰던 에이미 추아 예일대 교수는 동서양 교육의 장점을 채택해 균형잡힌 아이교육을 펴라고 주문했다. 추아 교수는 한국의 타이거맘들을 향해 "아이에게 좀더 많은 자유를 제공해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주고 창의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야 하며 나아가 아이들 행복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양식 교육은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자유를 주기 때문에 문제"라며 "따라서 한국 엄마들은 엄격하고 규율있게 아이를 지도하는 기존가치를 유지하되,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고 창의성을 키우는 부분을 서구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7. 중국, 소비살려 세계경제 살려라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 런던정경대학교 교수는 현재 미국이 세계경제 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따라서 글로벌 경제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려면 중국의 소비가 현재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수준에서 70~80% 수준으로 늘어냐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유럽은 각국이 재정적으로 통합되지 않아 자국 이익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라며 "유로존이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 위기는 정치 때문에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전통적으로 협조적이었던 미국 의회가 지금은 매우 적대적이 됐다는 분석이다.
8. 대륙간 성장협정을 맺어라
`유럽의 리더' 고든 브라운 전 영국총리는 글로벌 경제가 새로운 번영의 시대를 열려면 지난 세기 미국굛유럽이 해왔던 생산과 투자, 소비의 역할을 이젠 아시아 등 나머지 국가들이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50년간 미국굛유럽 두 대륙이 세계경제 생산, 소비, 투자의 절반 이상을 맡았던 것은 비정상적인 시대였다"며 "이젠, 나머지 대륙이 이 역할을 떠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미국과 유럽이 경기부양과 구조조정에 나서고, 나머지 국가가 생산, 투자, 소비를 통해 글로벌 성장을 이끄는 `글로벌 성장 협정(global growth pact)'을 맺어야 한다"는 해법을 내놨다.
9. 상향식 `창조혁명' 일으켜라
석학들은 `창조성(creativity)'을 여전히 매우 중요한 우리사회 키워드로 간주했다. 한스 파울 뷔르크너 보스턴컨설팅그룹 회장은 "개인이 창조성과 혁신, 힘을 발휘하는 상향식(Bottom-up) 사회로 변했는데 사회는 여전히 하향식(Top-down)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며 이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기업은 5%성장이 아닌 `50%성장'식으로 기대치를 높여라"고 조언했다. 데니스 낼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회장도 "기존 하향식 관리 시스템에 더해 조직 하단부에서 올라온 정보가 의사결정에 반영되는 상향식 시스템을 만들어 창조성이 꿈틀거리게 만들라"고 조언했다.
10. `열린 아시아시대' 열자
일본의 `토니 블레어'로 불리는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민주당 정책조사회장은 한중일이 앞장서서 `열린 아시아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 안정과 경제발전을 위해 한중일이 협력해 `열린 아시아'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한중일 협력은 물론 한일FTA가 빠른 시일 내에 체결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현재의 비이상적인 초엔고 현상의 차단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했다. 그는 "초엔고로 인해 일본경제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며 "초엔고를 활용해 해외자원과 기업을 인수하는 한편,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더이상의 엔고는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일경제 최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