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정몽준 전 FIFA 부회장
우리나라의 외교 현실을 다시 돌아볼 기회였다. 한마디로 간단치 않은 환경이다. 국가의 생존을 위한 외교가 우리만큼 중요한 나라도 별로 없지만 외교 환경은 척박하기 그지없다. 스포츠 외교도 안보 외교, 경제 외교와 함께 외교의 중요한 축으로 일반 외교와 다르지 않다. 특히 축구는 가장 세계화된 운동이지만 내셔널리즘을 먹고 사는 운동이라는 특징 때문에 많은 나라의 정부가 큰 관심을 갖고 관여한다. 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쿠웨이트·바레인 등의 중동국가에서는 왕실이 직접 축구를 관장하고 있다.
처음부터 이번 선거는 쉽지 않았다. 블라터 FIFA 회장이 금년 6월 회장 선거를 앞두고 경쟁자 견제를 위해 개입했다는 등의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그에 앞서 가장 기본적인 구도는 중동의 요르단 왕자를 상대해야 했다는 점이었다. 회교와 왕실로 결합된 끈끈한 연대와 맞닥뜨린 것이다. 상대방인 중동은 단단하게 결집했다. 그 지역에서의 이탈표는 거의 없었다.
왕실도 변수였다. 아시아 대륙에는 왕정 또는 왕실을 갖고 있는 나라가 적지 않다. 이들 국가 사이에는 알게 모르게 강력한 유대감이 흐르고 있다. 경쟁했던 요르단 왕자는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 일본 왕실을 가장 먼저 방문했다. 이 밖에 말레이시아·부탄 등 왕실이 영향력을 갖고 있는 나라가 적지 않다. 중동국가들은 회교라는 공통의 가치 외에도 왕실 간의 혼사로 이중 삼중 얽혀 있다. 당선된 요르단 왕자의 누나는 두바이의 통치자인 UAE 부통령과 혼인했다.
반면 우리나라가 속해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은 연대가 거의 없는 수준을 넘어 오히려 적대적이기까지 하다. 우선 북한은 일반 외교 무대뿐 아니라 스포츠 외교에서도 우리 편이 아니다. 다른 인접 국가들도 우리와 편안한 관계는 아니다. 중국과는 껄끄러운 기억이 있다. 1994년 FIFA 부회장에 처음 출마하기 위해 1993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당시 우리 대사로부터 "몽둥이찜질 당하지 않으려면 빨리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다. 2000년 올림픽 유치전에서 베이징이 시드니에 패한 직후였는데 우리나라가 중국 편을 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결국 그 선거 때 중국과 홍콩의 표를 얻지 못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1994년 선거를 상기시키며 이번에는 도와달라고 간곡히 부탁했으나 최근의 동북아 정세로 경직된 분위기를 되돌리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이번 선거에서 상대방으로 갔던 표 가운데 3표만 우리 쪽으로 당겨 왔으면 승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동아시아 인접국가들의 표가 얼마나 소중했는가를 알 수 있다. 이번 FIFA 부회장 선거에 불출마할 생각도 했었다. 중국이나 일본에 좋은 후보가 있었다면 양보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인접국들은 동아시아 전체라는 숲은 보지 않고 서로 간의 경쟁만 생각했다.
지금 동아시아의 현실적 상황은 중동과 같은 연대를 근원적으로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외교는 경제와 안보를 포괄하는 생존의 문제이다. 우리의 어려운 외교 현실을 깨닫고 주변 국가와 신뢰관계를 쌓는 일부터 나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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