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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길도 걷기대회

Daum카페 나길도 일요빡센도보(2011.11.13. 86차) 참가

지난 번 추계울트라보도대회때 50킬로미터를 하고 나서

거의 한계를 느껴서 더 이상 못하겠다 싶었는데

어느 회원분께서 일요일마다 빡센도보 좀 하고 그러다 보면 익숙해진다고

한 말씀도 있었고, 그 때 함께 한 선배께서 100킬로미터를 도전하겠다고 하신 영향도 있고

무엇보다도 그 날 저녁에 냉찜질을 하려고 다라이에 물을 받아 놓고 속옷 바람으로

거울 앞에 선 나의, 하체가 굵어졌음을 보고 그 동안 다리는 가늘고 배만 나와 있어서

늘 걱정이고 불만이었는데 등산을 다닌 이후로 조금 굵어졌긴 해도

여전히 가는 축에 속한 다리가 제법 굵어져 있어서 중년남자의 향기가 느껴졌다고나 할까,

바로 100킬로미터 도전을 향한 20 내지 30킬로미터짜리 "빡센도보"에서 몸을 만들어서

나도 선배처럼 걷기를 계속하기로 했다.

마음을 먹자말자 다음카페 나길도에 뜬 공지를 보고, 선뜻 신청을 했다.

걱정도 되고 했으나 일단 저질러서 반강제로 하는 것이 나을 때가 있어서

그렇게 한 것이었는데 걷기운동 하루 전 저녁에 선배한테서 연락이 온다.

고창 선운사에 가기로 했는데, 부인이 갑자기 허리를 삐끗해서 환불도 안되기에

같이 가자는 것이었다.

어? 쓰고 보니 아니네. 이건 토요일 한글글자마당 조성 기념식 때 이야기네.

어디로 흘러가나 이거?

어쨌거나 지각을 원체 자주해서 이젠 좀 일찍 가보자고 생각을 했어도

또 지각신세를 면치 못한다. 이번에도 10분 정도 늦을 것 같았다.

사람들의 시간관념은 대단하다. 나만 지각이었다.

모임장소가 전철이 교차하는 곳이라 환승통로를 지나서 나오라는 건지

그 전에 나오라는 건지 애매한 상태였다. 환승통로를 따라서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또 그 생각을 잊어 버리고 너무 빨리 출구로 나가서 결국 약속장소

찾는데 좀 헤맸다.

서둘러 인사를 나누고 길을 떠난다. 숙녀가방을 들고 온 분이 있다.

먼 길 27킬로미터를 걷는 날인데 어쩌실려고?

이정표를 찍었는데 뭔지도 잘 보이지 않는다.


옥수역에서 만났으니 3호선 동호대교였고 저건 그럼 영동대교인가?


주변 지형 공부를 할까 하고 찍었는데 역시나 잘 안보이네.


고가도로가 비껴서 휭하니 도망간다.




걸음이 빠른 일행들은 그새 저만치 달아나고


암벽등반훈련장을 구경한다.


패러글라이딩 수상스키다. 하늘돛단수상썰매라고 할까?


나길도는 나를 찾아 길 떠나는 도보여행 답게, 각자가 알아서 움직인다.

길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하여 수첩에 여정을 적어서 걷는다.

광진교를 건너려고 옆으로 오른다. 한강호텔 이라는 곳이 있었네?


광진교 위에 의자는 앉으면 음악이 자동으로 흘러나오는 피아노음향이란다.

앉는 자리가 건반인 셈인가 보다.



요즘은 건물이 산처럼 자연경관에 어울리게 지어야 한다는 어느 풍수가의 말과 같이

풍납동 극동아파트의 모양이 멋지다. 사람들은 싫어 하겠지만

이왕이면 아주 멋진 그림을 그려서 주변과 어울리게 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창문때문에 곤란할 수도 있겠다.

광진교 건너서 한강변으로 내려 온다.


광진교와 천호대교 사이의 갈대군락지가 탐스럽다.



이런 물고기들이 있다고 한다.

사진을 찍고 돌아서는데 오늘 깃발든 분이 손짓한다.

아하 여기가 중간휴식점이구나. 그렇다면 14.5킬로미터 지점이고

평균속도 시간당 5.9킬로미터다.

잊어 버리기 전에 써놓아야 하겠다. 남은 거리는 5.6킬로미터의 속도로

걸었고, 휴식시간을 합치니 전체 거리를 5.36킬로미터의 속도로 걸었다.

지난 번 50킬로미터를 5.4킬로미터의 속도로 걸었었는데....

이건 다 걷고 나니 50킬로나 27킬로미터나 힘들긴 똑같았다.



테크노마트가 건너 편에 우뚝 서있다.



꽃들의 색깔이 화려하다.



.

석양 속에 긴꼬리연이 솟구친다


이걸 보면 사람의 눈은 참으로 정확하고 빠르다.

저녁인가 싶은데 이 사진은 아직 낮이다. 이게 사진기가 표현하는 변환데

사람의 기관은 너무 빨리 움직여 차이를 모르지만 기계로 찍고 나니

동 시간대의 사진이 너무 달라 미묘하다.



깃발이 제일 뒤에 들어오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가 자기가 대신 들고 가던

가방을 돌려 주고, 다시 길을 걸어 앞서가던 나를 따라 잡는다. 23분만이다.

이 양반은 100킬로미터를 15분대에 끊는다. 평균 6.4킬로미터라는 어마어마한 속도다.

더 가관인 것은 원주의 전국대회에 참가해보니 전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도보꾼 2분이

계신데 한 분은 경보선수처럼 걷고 또 다른 한 분은 그냥 평범하게 걷는단다.

6.5킬로미터의 속도로 걸을 때, 잘 걷는 분이 자기의 곁에서 보조맞춰준다고 어느 정도로

걸으면 되느냐고 물어서 6.5킬로미터라고 대답하니 그렇게 맞춰 주겠다고 하더란다.

고수들의 대화는 역시 다르네. 자기 마음대로 조절이 가능하구나.....

그러다가 그 사람의 걸음이 빨라서 따라가려고 열심히 걷는데 그 분 말씀이, "ㅇㅇ님

그건 걷는 게 아니라 뛰는 겁니다"라더란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거의 뛰고 있음을

알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가시라고 했더니 가제트 로보트 다리를 뻗어서 걷는 것 처럼

죽죽 앞서 가는데 거의 시간당 9킬로미터의 속도로 가더란다. 100킬로미터를 계속 그렇게

갈 수야 없겠지만.......

난 그 말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

이 날 걷고 나서 지금도 오른쪽 발목 주변이 부어 올라 잘 당겨지지도 않는 상태인데......

6.4킬로미터의 속도로 100킬로미터를 걷는 것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잘 걷는다고 하는 사람들 10킬로미터 정도는 평균 6.5킬로미터의 속도로 걸을 수있다.

그런데 그게 100킬로미터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전국 최고수의 걷는 속도는 오늘 깃발을 잡은 저 윗 사진의 주인공보다 1시간이 빠른

14분대에 100킬로미터를 들어온단다. 100킬로미터를 꾸준하게 6.8킬로미터/시간의

속도인데 전설적인 소리다.

앞질러 가는 사람의 걷는 모습을 유심히 보면서 나의 걸음을 조금 바꾸어 보니

효과가 있었다. 오른쪽 허벅지 뒷쪽 윗부분부터 발목부근까지 신경이 연결되어 있는지

찌릿한 통증이 이어지고 조금만 힘을 더 주면 쥐가 날 것 같은 지경이, 지난 번 보다

더 빨리 왔다. 그러나 걸음걸이를 바꾸고 나니 쓰지 않던 근육이 쓰던 근육을 잠시 쉬게

한다. 쥐날 것 같은 통증도 가라앉고 걸음도 빨라지면서 앞서가던 분들을 따라잡았다.

그러다가 다시 선두로 치고 나가는 분들 틈에서 조금 힘들어 하던 분과 보조를 맞추면서

걸었다. 대구분이었다. 잠시 정치얘기도 좀 나누고......

그러다 보니 한남대교에 도달했다.

청담대교를 지나고 영동대교를 지났고 동호대교는 기억이 나는데 성수대교는 유심히

본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만큼 덜 지루했다는 소리다.

어느새 반포대교를 지나 세빛둥둥섬이 동작섬까지 길을 안내해준다.



서래섬 주변에서 경관감상해가며 걷다가 길도 좀 잃고.....

그러저러하다가 동작대교의 구름카페 다리아래에 도달하니

먼저 종착점에 도착한 깃발의 전화가 와 있었다.

다리 승강기를 타고 종착점을 향하여 달려간다. 이제 마무리다.


마침내 도달한 곳. 동작역 1번출구.

끝나고 저녁먹는 자리에서 술한잔에 피로가 몰려 오는데

몇몇 분은 2차를 간단다. 무서분 양반들.....

다음이 또 기대되는데 동문 정기산행이라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