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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에서 보는 사회학

산을 오르다 보면, 소나무들이 많다.

그런데 우리가 그냥 소나무라고 생각하는 것 들 중에는

토종 소나무와 외래종 소나무가 있고, 또 잣나무가 있다.

얼핏 봐서는 전혀 구별을 할 수가 없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알게 되면, 잣나무와 소나무는 구별을 할 수가 있다.

물론 그나마도 구별이 잘 안되는 경우가 있어서 몇가지를 더 살펴봐야 할 때가 있다.

잠깐 짚고 넘어 가자면,

우선 잣나무부터 얘기를 해보자.

잣나무는 잎이 좀더 청명한 새파랑이다.

몸체는 곧게 뻗어 있고, 가지는 방사형으로 몸체에 돌아가며 빙 둘러서

뻗어있는데, 가느다란 가지들이 곧게 길쭉한 편이다.

몸체의 비늘도 자세히 보면 소나무처럼 거북등 갈라지듯이 되어 있는 게 아니라

얇은 껍질이 일어나듯이 벗겨져 있다.

그리고 그 중에도 스트로브 잣나무는 몸체가 비늘이 거의 없고 아주 매끄럽다.

가장 큰 차이점은 침엽을 따보면 안다.

한 몸에 다섯개의 잎이 달려 있는 것이 바로 잣나무이다.

그래서 가끔 헷갈리면 잎을 따보면 정확하게 알 수가 있다.

이건 토종과 외래종이 동일하다

소나무는 토종 소나무인 적송과 외래종인 리기다소나무가 있는데

이 역시 잎이 토종은 2개, 외래종은 3개가 달려 있다.

초보자는 이 두가지를 구별하지 못한다.

물론 대표적인 나무를 놓고 보면 확연하게 구별이 되지만

어린 나무들만 보면 잘 모를 수 있어서 이파리로 따져 볼 수 있겠다.

다른 구별법은 어떤 게 있을까?

리기다소나무는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지는 않으나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일정 마디같은 곳에서 이파리가 난다.

몸체의 껍질이 거무튀튀하게 불거져 있다.

몸체의 껍질 한 조각이 타원이나 일정한 도형을 가졌다고 보기 보다는

좀 불규칙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아주 곧게 뻗으며 자란다.

전통 소나무인 적송은 오래 된 나무에서는 몸체의 나무껍질이 붉다.

어린 나무는 그리 붉지 않다. 허물을 여러번 벗어야 그 고유의 색깔이 나오나 보다.

적송의 비늘(몸체 나무껍질)은 아름답다. 500년을 넘으면 육각형이 된다고 한다.

비늘은 다각형의 도형을 이루고 있어 테두리가 매끄럽지 않은 리기다 소나무에 비하여

모양이 확실히 좋다.

토종 소나무인 적송은 자랄 때 구비구비 이리저리 햇볕을 찾아서 자라기 때문에

그 모양이 아주 심하게 뒤틀려 자라 모양이 특이하다.

가장 확실한 근거리 구별법은 리기다 소나무는 이파리가 3개이고 적송은 2개이다.

우리 눈에는, 적송이 참 아름답다. 과연 그럴까?

우리 걸 사랑하려는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는 아닐까?

물론 난 확실하게 적송이 아름답다. 이미 깊숙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자 이제 객관적으로 한번 생각해보자.

리기다소나무는,

절개가 있다(곧게 자라므로)

튼튼하다(곧게 그리고 잘 자라 휘어지고 굽이치지 않으므로 바람에 강하다)

멋있다(마디같은 곳에서 삐져 나온 이파리들이 귀엽다. 재미있다)

거친 남성미가 있다(껍질이 거칠고 강해 보인다)

이렇게 표현을 해서 오랫동안 이 생각에 젖어 있으면 이렇게 생각이 들 것이다.

북미인(원산지)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적송은,

절개가 없다(햇볕찾아 심하게 옮겨 다니니 충신의 표상이 아니다)

약하다(잘 휘어지니 바람에 약하다)

재목으로 쓰기가 어렵다(이리저리 휘어져 있고, 지지대로 받쳐 놓지 않으면 저절로도 쓰러질 수 있다)

이렇게 공격당할 수가 있다.

우리가 보면,

리기다소나무는 거칠고 아름답지 못하고 지 고집대로 남에게 양보도 안하고 안하무인

독불장군처럼 자란다.

나무껍질도 아름답지 않고 거무튀튀하다.

적송은 그 휘어짐이 절묘하다. 껍질이 기가 막힌다. 저 붉은 기운을 보라.

사람마다 각기 보는 눈이 다를 것이다.

우리는 때로, 우리의 시각에만 갇혀 있을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도 볼 필요가 있다.

역지사지면 싸울 일이 줄어 들 것이다.

이건 내가 좀더 성숙해지기 위하여 새겨 볼 일이다.

그런데 솔직히 적송과 리기다소나무의 객관적 비교는 어떤지 모르겠다.

다만 난 토종 소나무 중에 곧게 자라는 금강송도 좋고 꾸불꾸불한 친근감이 있는 적송도 좋다.

이쯤되면 난 아직 많은 발전을 할 여지가 있는 초승달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