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문화권이 다 그렇듯이 우리말은 한자로부터 온 것이 많으니까
한자어인 국어를 기준으로 생각해보자면, 국어는 대부분 뜻을 가진
낱말들이 많은 듯하다.
"연필"이라고 하면, "흑연으로 만든 글쓰는 도구"라는 것이고
"환지"라고 하면, "둥글게 생겨서 손가락에 끼우는 것"이라는 뜻이다.
국어사전을 보면, 한자어를 풀어서 자세히 써놓으면 그 뜻을 알기 쉽게 된다.
그래서 한자만 제대로 알면, 글자의 뜻을 거의 다 짐작할 수가 있다.
그런데 영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양으로 이름을 지은 것이 떠오른다.
"링"이라고 하면 반지, 권투하는 장소, 기계체조할 때 고리에 줄이 달린 종목 등
모양으로 이름이 만들어 진다.
블록도 장난감부터 거리의 구획까지 크기에 상관없이 모양에 따라 이름이 지어진다.
박스도 마찬가지이고.
이런 차이에서 현실주의와 이상주의, 실물주의와 관념주의가 출발해 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눈으로 봐야 그 모양을 알 수 있는 영어는 한 낱말만 써 가지고는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직접 만나는 기회가 많고, 그러다 보니 협력해서
현실 속에서의 차원높은 뭔가를 창출해내는 곳에 능한 듯하고,
동양은 가만히 앉아서 얘기만 해도 상상으로 생각으로 의미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에
관념적이고 사상적인 정신문화적인 측면에서 발달해 올 수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다.
한자공부를 충실히 하지 않으면, 우리말을 만들어 낼 수가 없고
서양에서 가져 온 것들을, 그것이 언어든 사물이든 그대로 받아 들이는 수 밖에 없다.
우리의 정신을 잃지 않으려면, 한자를 잊어 버려서는 안된다.
세상이 변함에 따라 가는 것이 아니고, 중심을 잡고 우리가 주도가 되어 우리 것을
지키면서 우뚝 서는 것이 우리가 미래사회에서 우리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살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