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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王 박태준 별세] 박태준, 3선개헌 지지 거부하자 朴 대통령 `원래 그런 친구야`

[철강王 박태준 별세] 박태준, 3선개헌 지지 거부하자 朴 대통령 "원래 그런 친구야"
  • 조형래 기자

    입력 : 2011.12.14 03:00

    92년 박정희 묘역 찾아 "25년 대업 완수" 보고
    박정희와의 인연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13일 오후 5시께 지병으로 별세했다. 사진은 고 박정희 대통령과 함께 시찰하는 박태준 회장 모습. /연합뉴스
    박태준의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하 박정희)이다. 박 회장은 1948년 7월 28일 육군사관학교에서 박정희를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스승과 제자 사이었다. 박정희는 대위로 사관학교의 교관이었다. 탄도학을 가르치던 박정희가 수학을 잘하던 박태준을 눈여겨봤다. 박태준은 박정희를 처음 본 순간을 "싸늘한 새벽공기가 앞문으로 불어닥치는 느낌"이라고 회상했다.

    5·16 쿠데타를 거행할 때 박태준은 혁명 참가자 명단에서 빠졌다. 박정희의 지시 때문이었다. 실패할 경우 살아남아 군을 이끌 지도자가 필요했고, 본인이 사형을 받게 되면 가족들을 돌봐야 하기 때문이었다. 5·16 이후 박태준은 국가재건최고회의 재정경제위원회 상공담당 최고위원으로 임명됐다. 박정희가 박태준의 능력을 경제방면으로 활용하겠다는 포석이었다.

    박태준은 박정희의 3선 개헌 지지서명에 동참할 것을 요구받고도 거부했다. 박태준은 당시 김형욱 중앙정보국장이 은밀히 포항으로 사람을 보내자 "제철소 하나만으로 바빠. 정치에는 끼지 않겠어"라고 단칼에 잘랐고 소식을 전해들은 박정희도 "그 친구 원래 그런 친구야"하고 받아넘겼다.

    1992년 연간 2100만t 생산체제를 구축한 박태준은 기념식 다음 날인 10월 3일(개천절)에 국립묘지 박정희의 묘역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박태준은 한지에 붓글씨로 쓴 보고문을 낭독했다. "불초 박태준, 각하의 명을 받은 지 25년 만에 포항제철 건설의 대역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삼가 각하의 영전에 보고를 드립니다. 혼령이라도 계신다면 불초 박태준이 결코 나태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25년 전의 그 마음으로 돌아가 잘사는 나라 건설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굳게 붙들어주시옵소서."